케네디 보건장관 "유엔의 적절한 역할에서 벗어나" 주장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캠페인 내용과 비슷한데도 어깃장
미국, 유엔 다수 지지한 WHO 만성질환 선언 채택 거부
케네디 보건장관 "유엔의 적절한 역할에서 벗어나" 주장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캠페인 내용과 비슷한데도 어깃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국이 유엔 회원국 대다수가 지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전염성 질환에 관한 정치 선언'의 채택을 무산시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고위급 특별 회기 연설에서 유엔 산하 보건전문기구인 WHO가 마련한 선언문의 정식 승인을 거부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 선언은 가장 시급한 건강 문제를 외면한 채 유엔의 적절한 역할을 벗어난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언문이 세금부터 억압적인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파괴적인 성별 이념을 조장하는 표현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낙태에 대한 헌법적 또는 국제적 권리 주장을 수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생물학적 성의 실체를 믿는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말했듯이, 전 세계 관료들은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려는 국가들의 주권을 공격할 권한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케네디 장관은 또한 WHO가 '근본적인 개혁'을 거치지 전까지는 신뢰성이나 리더십을 주장할 수 없다면서 올해 1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미국의 WHO 탈퇴를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WHO가 이번에 추진한 선언은 2030년까지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줄이고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흡연 인구를 1억5천만명 줄이고, 고혈압 관리 인구와 정신건강 관리 인구를 각각 1억5천만명씩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선언문 초안에는 담배와 술, 가당 음료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고율의 세금과 상세한 경고 라벨 부착 등의 조치가 담겼으나, 식품 업계의 요구로 최종안에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케네디 장관이 선언 내용을 비난하며 언급한 낙태나 성별 이념에 대한 내용은 선언문에 담기지 않았다. 케네디 장관은 WHO가 어떠한 시급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선언은 당초의 권고가 후퇴했다는 비판에도 유엔 회원국 대부분과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날 만장일치를 통한 채택에 실패함에 따라 선언문은 내달 유엔 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WHO의 선언이 만성질환, 소아비만, 초가공식품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의제와 맥을 같이 한다면서 케네디 장관의 이날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날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초가공 식품과 그로 인한 의학적, 신체적 질환에 맞서 전 세계적인 노력을 주도하고자 한다"면서도 "우리는 질환의 급속한 확산을 홀로 이겨낼 수 없지만, 유엔의 접근 방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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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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