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올해 처음 신설된 경쟁 부문(부산 어워드) 시상식이었다. 14편의 아시아 영화가 경합을 벌인 이 부문의 최고 영예인 대상은 '루오무의 황혼'을 연출한 장률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화는 한국에서 활동했던 그가 중국으로 돌아가 만든 세 번째 작품으로, 3년 전 사라진 남자친구로부터 엽서를 받은 주인공이 엽서에 담긴 중국 남서부의 작은 마을 루오무에 도착해 옛 사랑의 흔적들을 발견해가는 이야기다.
삶의 의미를 장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됐다.
장 감독은 "20년 전 부산 영화제에서 뉴커런트상을 받은 바 있다"며 "영화제 100주년 되는 해에도 무대에 서있을 것"이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촬영지인 마을 주민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며 "항상 부산 영화제와 부산을 사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감독상은 가정 폭력을 다룬 영화 '소녀'로 감독 데뷔한 배우 수치가 받았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데 아낌 없는 지원을 해준 허샤오시엔 감독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모든 소녀들에게 '용감하게 집 밖으로 나서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충충충'을 연출한 한창록 감독이 수상했다. 배우상은 '지우러 가는 길'의 이지원,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기타무라 다쿠미·아야노 고·하야시 유타에게 돌아갔다. 예술공헌상은 '광야시대'의 류창, 투난 미술 감독이 받았다.
수상자들에게는 태국의 감독 겸 설치 미술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주어졌고, 대상 수상작 '루오무의 황혼'이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앞서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전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열흘 간 이어진 영화제 전반을 되짚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경쟁 영화제로의 변신에 대해 "아시아 영화가 널리 알려지는데 기여한다는 경쟁 부문 신설 목적에 부합하게 첫 발을 잘 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작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시작으로 17일부터 10일 동안 328편(커뮤니티비프 87편 포함)의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영화제 측이 발표한 총 관객수는 23만8697명. 집행위는 "전년 대비 2만 명 늘어난 17만5889명이 영화를 관람했고, 다양한 이벤트와 3년 만에 재개된 포럼 비프에 6만3000여 명이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30주년에 걸맞게 국내외 게스트 규모(7036명)와 면면도 '역대급'으로 화려했다. 자파르 파나히·기예르모 델 토로·션 베이커·마르코 벨로키오·마이클 만·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거장 감독은 물론, 줄리엣 비노쉬·밀라 요보비치·량자후이·량차오웨이·니시지마 히데토시 등 유명 배우들도 부산을 찾았다.
관객과의 만남(GV) 행사 323회, 오픈 토크 13회, 야외 무대인사 19회, 마스터 클래스 5회 등 주요 프로그램도 예년에 비해 확대됐다.올해 신설된 '씨네클래스'도 전회 매진됐고, 봉준호 감독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 등이 참가한 특별 프로그램 '까르뜨 블랑슈'도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20회를 맞은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은 역대 최다 방문 인원(3만여명)을 기록했다. 특히 영화제 4일 차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영화제를 방문, '극장의 시간들'(이종필·윤가은 감독)을 관람한 뒤 GV에 참석해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박광수 이사장은 "여당 대표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방문해 영화 관계자들과 한국 영화계 위기 타개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글로벌 영화제로의 도약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