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헝가리 정찰드론이 우크라 영공 침범"(종합)
헝가리 외무 "정신 나간 젤렌스키 이제 헛것 본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헝가리 정찰용 드론이 접경지역에서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군이 정찰드론에 의한 영공 침해를 기록했다. 헝가리 측 드론으로 추정된다"며 "초기 평가에 따르면 이들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산업 역량을 정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게서 사건을 보고받았다며 "가능한 모든 정보를 검증하고 각각의 사건에 대해 긴급보고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헝가리는 반발했다. 씨야르토 페테르 외무장관은 엑스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헝가리 강박으로 실성하고 있다. 그는 이제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헝가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반유럽·친러시아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송유관 폭격으로 석유 공급이 끊기자 자국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우크라이나는 약 136㎞에 걸쳐 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헝가리는 전쟁 이전부터 우크라이나가 접경지역인 자카르파티아주에 사는 헝가리계 주민을 억압한다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어 왔다.
양국 갈등은 지난 7월 헝가리계 이중국적자 요제프 셰베슈첸(45)이 우크라이나군에 강제 징집되는 과정에서 사망한 뒤 더 커졌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그를 구타해 죽였다며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 3명을 입국금지 조치하고 EU에 제재를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이날 헝가리군 관계자 3명을 입국금지했다.
지난 10일 폴란드가 러시아에서 날아갔다고 추정되는 드론 3∼4대를 격추한 이후 루마니아·에스토니아·노르웨이·덴마크 등 유럽 각국이 영공을 침범당했다거나 수상한 드론이 발견됐다며 러시아를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내무부는 전날 밤 목격된 드론이 스파이 행위를 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은 24∼25일 드론이 출현해 올보르 공항 운영을 일시 중단한 덴마크와 국경을 맞댄 지역이다.
이 지역 경찰은 폴란드 영공침범 사건 사흘 전인 이달 7일 발트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노르트오스트제 운하에서 화물선 스캔라크호를 수색했다. 당국은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선적의 이 선박을 러시아의 정찰용 드론 발사기지로 지목했다.
독일은 러시아가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지원 상황을 정탐한다고 의심해 왔다.독일 연방범죄수사청에 따르면 군사기지와 방산업체·에너지시설·공항·정부청사 등 핵심 인프라 인근에서 목격된 정체불명의 드론이 올해 1∼3월에만 536대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유럽 영공 침범 사건을 지원국 결속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전날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른 러시아 드론·전투기의 영공 침범에 나토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모두 격추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 전쟁으로 쌓은 드론전 노하우를 유럽에 알려주겠다며 폴란드군을 자국으로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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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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