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시간만 조절해도 살이 빠질까. 다이어트를 위해 일주일간 간헐적 단식에 도전했다. 원칙은 간단하다. 하루 8시간만 음식을 섭취하고, 16시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 가장 대중적인 간헐적 단식법인 16대 8 방식을 따랐다.
식사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그 외 시간엔 물만 들이켰다. 운동도, 식단 조절도 없이 ‘식사 시간 제한’이라는 단 하나의 원칙만 지켰다. 단식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질 수 있지만, 크게 불편하진 않다. 아침 식사만 건너뛰면 16시간 공복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첫날 아침 8시. 무심코 달콤한 커피를 마시려다 멈췄다. “아, 단식 중이지.” 단식 시간에는 물과 무가당 차 등 칼로리 없는 음료만 허용된다. 얼른 점심시간이 되길 손꼽아 기다렸다. 간헐적 단식의 장점은 금지된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선 비교적 자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외식도 가능하고, 복잡한 식단을 짤 필요도 없다.
이틀째까진 공복감보다 ‘수시로 먹던 습관’을 참는 일이 더 어려웠다. 아침부터 습관처럼 커피와 과자를 입에 넣었던 것, 야식을 먹기 위해 배달앱을 켰던 행동을 모두 멈추는 게 쉽지 않았다. 자기 전까지 무의식적으로 냉장고 앞을 서성였다. 늘 허기가 몰려오기 전에 음식을 섭취했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먹어야 한다니 없던 식욕도 더 생기는 듯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냉장고 문을 여닫길 반복했다.
사흘쯤 지나자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공복 상태가 낯설지 않았고, 아침 시간도 한결 가벼워졌다. 식사 후 포만감도 빨리 찾아왔다. 억지로 참고 버틴다는 느낌이 덜했다. 야식의 유혹 앞에선 여전히 마음이 약해졌지만, 식단 관리가 필요한 다른 다이어트 방법보단 심리적 스트레스가 확실히 적었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이 개선된 점도 큰 수확이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일주일간의 간헐적 단식 체험이 끝났다. 아쉽게도 극적인 체중 변화는 없었다. 체중은 1.3㎏ 줄었고, 체지방률은 그대로다. 단식 시간만 지켰을 뿐 전체 식사량을 줄인 건 아니므로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게 당연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이때다’ 싶어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간헐적 단식의 핵심은 총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데 있다. 단식 시간만 지킨다고 무조건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간헐적 단식은 식사 시간을 제한해 총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식사 치료의 한 방법”이라며 “제한된 시간 안에 고열량 음식을 과식하면 효과는 반감된다. 그 시간 안에서도 절제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은 잘만 활용하면 대사증후군 관리에 효과적일 수 있다. 조 교수는 “공복 시간이 늘어나면 인슐린 분비가 줄고, 인슐린 저항성과 혈당 조절 능력이 개선된다”며 “체중 감소와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긍정적이지만, 그 효과와 지속성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물론 단식이 모두에게 이로운 건 아니다. 성장기 소아·청소년이나 임산부, 저체중자, 고령자, 저혈당 위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단식을 피하는 게 좋다. 조 교수는 “다이어트든, 건강관리든 자신의 몸 상태와 생활 패턴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간헐적 단식을 무작정 실천하기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식사법을 실천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