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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침공설'에 조급한 대만…5대 신무기 전격 공개한 까닭 [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2025.09.27 13:00 202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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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은 대만에게 중요한 해다. 이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언급했기 때문이다. 왜 2027년일까? 2027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2022~2025년)을 마친 해다. 4연임까지 바란다면 2027년 중국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업적을 남겨야 할 것이다. 그게 중국과 대만의 통일인 양안(兩岸)통일일 게다. 그리고 2027년은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기도 하다.

2025년 현재 2027년까지는 2년밖에남지 않았다. 대만의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다. 한시라도 빨리 국방력 강화에 나서려는 대만의 모습을 김민석 에비에이션 위크 특파원이 지켜보고 온 뒤 그 내용을 ‘이철재의 밀담’에 기고했다.

18~20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난강(南港) 전시관(TaiNEX)에선 대만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TADTE·Taipei Aerospace & Defense Technology Exhibition) 2025가 열렸다. 난강 전시관은 서울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대만의 첨단기업 연구·개발(R&D) 센터가 밀집한 지역 전시관이다. 반도체나 ICT 산업 전시회가 열리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엔 방위산업 전시회가 대만에서 역대 최고 규모로 개최됐다.

TADTE 전시회 개막. 김민석 애비에이션위크 특파원

TADTE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해당하는 대만 최대 방산 전시회다. 기존에는 규모가 작아 그다지 취잿거리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대만 군사전문가나 언론인들조차 ‘다음 달 ADEX에 갈 테니, 타이베이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TADTE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면서, 대만이 올해 처음 도입한 신무기와 국산 개발 무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볼거리가 풍성했다.

TADTE 2025 전시회가 이렇게 확대된 이유는 누가 뭐래도 ‘2027년 침공설’ 등 중국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대만이 이를 진지하게 대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중국의 침공을 막으려는 신무기들이 대대적으로 홍보됐고, 대만 시민들은 물론 라이칭더(賴清德) 총통과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이 직접 행사장을 찾아 무기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렇다면, TADTE 2025에서 대만이 중국 침공을 대비해 준비한 무기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기와 주목도를 고려해 다섯 가지 무기를 꼽아 분석한다.


①치타 D3 경전차
영문 명칭 치타(Cheetah), 대만에서는 리예바오(獵豹)로 불리는 D3 경전차는 대만 최초의 국산 차륜형 장갑차인 CM-32 윈바오(雲豹)에 105㎜ 전차포를 얹은 것이다. 윈바오 장갑차는 한국 육군의 K808 차륜형 장갑차와 유사하지만, V자형 하부 차체에 장갑을 강화해 페루 수출형 K808 장갑차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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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 D3 경전차. 김민석 애비에이션위크 특파원

이렇게만 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나 흔한 차륜형 경전차로 보이지만, 이번 전시회에 공개된 D3 경전차는 D1, D2와 달리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신형 장갑을 장착해 방어력을 높였고, 바퀴와 차체 사이에 고무 패킹을 추가하는 등 방어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특히, 이전 버전인 D2 경전차의 최대 단점이었던 높은 차체 높이를 40㎝ 이상 낮춰 피격 가능성을 낮췄다. 장갑이 약한 경전차에게 매우 중요한 특징으로, 이 덕분에 D3 경전차는 일본의 16식 기동전투차와 함께 차륜형 경전차 중 가장 방어력이 양호한 편이다.


16식 기동전투차보다 나은 점은 공격력이다. 16식 기동전투차에는 없는 원격조종 기관포(RCWS)를 장착해 보병·경차량·항공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 주 무장인 105㎜ 강선포는 16식 기동전투차와 동일하게 반동을 줄이는 저반동 장치가 있어 이동 중에도 사격이 가능하다.

다만, D3 경전차는 어디까지나 경전차며, 주 무장인 105㎜ 강선포의 장갑 관통 능력은 약 500㎜로 적의 전차를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는 대전차 철갑탄보다 파편을 사용해 인원이나 장갑차를 파괴하는 일명 캐니스터(Canister)탄을 더 강조한다.


②M1A2T 전차
D3가 상대하기 어려운 중국의 99식 전차 개량형이나 100식 전차는 M1A2T 에이브럼스 전차가 담당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대만 국방부가 부스에서 가장 상석에 배치한 것도, 가장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은 것도 M1A2T였다. 세계 최고의 무기를 원하지만, 돈이 없어 갖기 어려운 대만에게 M1A2T는 대만이 보유한, 몇 안 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다. 이 때문에 매우 인기가 많다.


M1A3T 전차. 김민석 애비에이션위크 특파원

대만의 M1A2T 보유 시도는 아주 오래되고 끈질겼다. 2000년부터 대만 육군은 에이브럼스 전차 구매를 요청했고,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부터 미국에 판매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됐다. 2019년 7월이 돼서야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M1A2T의 대만 판매를 허락했고, 20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총 108대의 M1A2T를 구매한다.


대만은 지난해 12월 15일 첫 번째 배송 물량을 받은 뒤 현재 2차 물량을 수령했다. 현재 각종 훈련을 통해 전력화 준비를 하고 있다.

120㎜ 활강포와 68t 이상의 중량, 복합장갑과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한 M1A2T는 무겁지만, 전투력 측면에서 중국의 주력 전차를 압도한다. 특히, 중국이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한 100식 신형 전차 역시 105㎜ 강선포를 주 무장으로 채택해 전차 포탄으로는 M1A2T를 격파하기 어렵고, 중국군이 자폭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을 해야만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M1A2T는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 장거리 기동 방어를 하기는 어렵다. 대만의 도로는 좁고 산악 지형이 많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M1A2T의 배치 지역이다. 현재 M1A2T는 대만 신주(新竹)현의 육군 장갑병훈련사령부에 배치돼 있는데, 이곳은 신주 과학연구단지를 비롯해 대만이 자랑하는 TSMC의 웨이퍼 생산 시설과 R&D 센터가 밀집한 곳이다. 특히 2023년 설립한 신주현의 TSMC 글로벌 R&D 센터는 2나노 이하 공정을 연구하는 핵심 시설이다. 이는 대만이 국가의 생존을 위해 TSMC와 반도체 기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③하이마스(HIMARS) 다연장 로켓
TADTE 전시회 국방부 부스에서 M1A2T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전시물은 M412 하이마스 다연장 로켓이었다. M1A2T와 달리 하이마스는 비교적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하이마스와 무인항공기(UAV)를 사용해 러시아군을 타격하는 모습에 자극받아 도입을 추진했다.

하이마스 다연장 로켓. 김민석 애비에이션위크 특파원

하이마스는 미국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 개발해 미 육군의 주력 다연장 로켓포로 사용하는 장비다. 기존 M270 MLRS 궤도형 다연장 로켓보다 탑재 가능한 미사일 포드 수는 적지만, 가볍고 기동성이 좋아 신속 전개 능력이 뛰어나다. 주로 GMLRS 유도 로켓과 MGM-140 ATACMS 미사일을 탑재한다.


대만은 지난해 9월 첫 11기를 인수한 뒤 지난달 28기의 추가 도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첫 시험 사격을 실시했다. 대만이 하이마스에 크게 기대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정밀 타격 능력 때문인다. 특히 ATACMS 전술 미사일의 역할이 강조된다. ATACMS 미사일은 사거리 300㎞로 중국 본토 푸젠(福建)성의 군사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대만 상륙 전단이 출발하기 전 기지에서 타격하는 ‘능동적 방어’를 의미한다.


대만은 총 22억 달러의 예산으로 57기의 하이마스를 도입하며, 이 거래엔 84발의 ATACMS 미사일과 864발의 GMLRS 정밀 유도 로켓, 2대의 훈련 장비가 포함된다. 대만은 미국이 ATACMS 미사일을 대체하려고 만든 PrSM 미사일 도입도 원한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최대 500㎞ 떨어진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하이마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하이마스 로켓에 큰 피해를 본 러시아는 ‘하이마스 사냥 작전’을 통해 하이마스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고, 러시아의 GPS 신호 교란 작전이 하이마스의 정확도를 크게 떨어뜨린 바 있기 때문이다.


④바라쿠다-500M 순항미사일
TADTE 전시회에서 대만은 단순히 미국 무기만 구매하지 않고, 공동 개발을 통해 미국 업체와의 광범위한 기술 협력을 선언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해당하는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은 미국의 방위산업 스타트업인 안두릴(Andúril)과 여러 MOU를 맺고 여러 무기의 공동 개발 및 공동 생산을 결정한다. 적외선 카메라뿐만 아니라 전자전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무인 헬기 고스트(Ghost)-X와, AI가 탑재돼 적 해역에 몰래 접근한 다음 적 함선이 오면 자폭하는 코퍼헤드(Copperhead) C-100 지능형 자율 기뢰 등이 그것이다.

바라쿠다-500M 순항미사일. 김민석 애비에이션위크 특파원

NCSIST가 안두릴과 공동 개발하는 아이템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바라쿠다(Barracuda)-500M 미사일이다. NCSIST와 안두릴은 공중 발사형 바라쿠다 미사일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해, 민간 트럭처럼 위장한 지상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는 지대함 미사일로 바꿀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만군은 전시 중국 해군의 상륙 함정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는 지능형 자율 기뢰와, 적의 대공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저가형 자율 비행 순항 미사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저가형 순항 미사일이 중요할까? 이는 중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해군 함대 방공 시스템의 능력이 나날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자체 개발한 슝펑(雄風)-2, 슝펑(雄風)-3 등 여러 대함 미사일을 갖추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AGM/RGM-84 하푼 대함 미사일도 대량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이들로 중국 방공망을 뚫기에는 부족하다.


바라쿠다-500M 미사일은 이 같은 대함 미사일들보다 훨씬 싸고 빠르게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만판 바라쿠다 미사일의 목표 양산 가격은 650만 대만 달러(약 3억 9000만 원) 정도다. 20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다른 대함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다. 생산 속도도 매우 빨라 대만은 18개월 안에 이 미사일의 대만 내 독자 생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가까운 시기에 대만의 해상 방위 능력은 기존보다 훨씬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바라쿠다 미사일이 대량 양산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대공 방어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수십 발의 대형 대함 미사일과 수백 기의 바라쿠다 미사일이 함께 발사되면 중국 대공 방어 시스템의 요격 미사일은 바로 고갈되고, 바라쿠다 미사일을 무시하고 대형 대함 미사일만 골라 격추하면 바라쿠다 미사일이 함선의 주요 장비를 파괴할 수 있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⑤치앙공 대공 미사일
마지막으로 살펴볼 대만의 신무기는 행사장에서 가장 주목받았고, 뉴스의 중심에 있었던 치앙(强弓) 대공 미사일이다. 지금이야 한국의 대공 방어 시스템이 천궁, 천궁Ⅱ, L-SAM, LAMD 등 다양하면서도 수십조 원 규모의 수출도 성공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국산 대공 방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의 천궁과 한자가 같은 ‘톈공(天弓)’ 미사일이 그것이다.


치앙공 대공 미사일. 김민석 애비에이션위크 특파원

대만은 1986년 패트리엇 PAC-1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유도 방식이 다른 톈공1 미사일을 완성했고, 그 뒤 한국의 천궁 미사일처럼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으로 바꾼 2단 로켓 대공 미사일 톈공2를 1997년에 배치한다. 현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톈궁3를 생산해 12개 포대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이 천궁2를 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만의 대공 미사일 기술이 한국보다 앞서 있었던 셈이다.


치앙공 미사일은 대만 독자 개발 미사일인 톈공3 미사일을 개량한 것이다. 한국의 L-SAM 대공 미사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약 70㎞의 요격 고도로 기존에 대만이 운용 중인 패트리엇, 톈공3와 함께 다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성한다. L-SAM이 ‘한국형 사드’라 불릴 만큼 여러 신기술을 도입했다. 그러나, 치앙공 미사일은 톈궁3 미사일의 로켓을 2단으로 개조하고, 탐색기 크기를 키웠으며, 탐지 레이더 안테나를 능동위상배열(AESA)로 바꾸는 등 비교적 적은 비용·시간으로 개발한 게 특징이다.


현지 전시회에서 만난 치앙공 미사일 개발자들은 자세한 설명을 피했지만, 치앙공 미사일의 후속 미사일인 치공-2에 대한 설계는 이미 들어갔다고 한다. 다만, 대만이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는 적외선 탐색기, 측 추력기 기술이 필요해 개발 기간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최대한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기존 시스템을 지속해서 개량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기술적 도전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술과 장비만으론 부족해
이처럼 대만은 여러 신무기를 구매하거나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본 대만 방위산업 및 국방업계 종사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많다. 신규 개발하는 무기들도 결국 빠른 전력화에 초점을 둔 기존 무기의 개량형 중심, 혹은 이미 완성한 무기의 대만 특화형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바로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군사 전문가는 “중국 공산당이 2027년 대만 침공을 설사 감행하지 않더라도, 대만 입장에선 2027년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중국의 도발 위협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전쟁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덧붙인다. 이 얘기는 비단 대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철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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