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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전유성 영면…후배들 "유쾌하게 떠나시라" 숭구리당당 배웅

중앙일보

2025.09.27 23:42 2025.09.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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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시는 길이 엄숙하게 진행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열린 고(故) 전유성의 노제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뉴스1.

28일 오전 7시 4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에 도착한 고(故) 전유성의 영정 사진은 선후배 개그맨들이 도열한 복도를 지나 ‘개그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개그맨 박준형이 “좀 더 유쾌했으면 좋겠다”며 박수를 제안하자 후배 개그맨들의 박수 소리가 흐느낌과 함께 이어졌다.

거센 비가 내린 이날 오전 고인이 산파 역할을 한 대한민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녹화장에서 고인의 노제(路祭)가 열렸다. 엄영수, 최양락·팽현숙 부부, 심진화·김원효 부부, 송병철, 박영진, 박성광, 황현희, 조세호 등 후배 개그맨들이 영정을 향해 예를 갖추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준형은 “평생 우리 삶의 터전이 됐던, 우리의 직장을 만들어 주신 전유성 선배님께서 오르시는 마지막 개그콘서트 무대”라며 “선배님의 뜻을 받들어 우리가 더 열심히 대한민국 국민께 웃음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코미디언 고(故) 전유성의 노제에서 이홍렬이 영정을 운구하고 있는 가운데, 복도에 도열한 후배 개그맨들이 고인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무거운 공기 속에서도 후배들은 개그맨답게 고인을 보내고자 했다. 최양락의 “‘형님은 봉이야’라고 함께 하자”는 제안에 노제에 참석한 후배 개그맨들은 최양락의 유행어였던 “봉이야”를 외쳤다. 팽현숙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전유성 아저씨 덕분에 멋진 최양락을 만나 한평생 잘살고 있다”라고 했다. 후배 개그맨들은 모두 영정에 큰절을 올리며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노제에 앞서 이날 오전 5시 55분에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수근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에서 이홍렬은 고인에 대해 “무대 위 혁신가이자 무대 뒤 스승이셨다. 웃음이 한 사회의 공기이고 문화임을 증명했다”라며 “선배님의 발자취는 우리의 교과서”라고 말했다.

김신영은 고인을 ‘교수님’, ‘나이 많은 친구’로 칭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제게 ‘한물 가고 두물, 세물 가면 결국 보물이 된다’고 하셨던 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8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개그맨 김정렬이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고인이 평상시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장의위원장을 맡은 김학래가 “선배님이 평상시 가장 좋아하고 웃었던 것이 김정렬 씨의 ‘숭구리당당’”이라고 소개하자, 김정렬은 “형님 가는 길을 막고 싶지만, 웃으시면서 가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아랫도리 한번 풀어드리겠다”며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 25일 오후 9시 5분 폐기흉으로 입원 중이던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의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열렸다. 지난 26일부터 삼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남희석 등 개그계 선후배는 물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감독,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등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조문했다.

최 장관은 “언제나 특유의 재치와 기지로 온 국민을 웃음으로 위로해주셨던 분인데 너무 빨리 떠나셔서 아쉽고 안타깝다”며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그곳도 또 한 번 웃음으로 떠들썩할 것 같다. 편히 쉬시고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작품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개그맨 전유성의 빈소에 근조 화환들이 놓여 있다. 뉴스1

1949년생인 고인은 1969년 TBC 작가로 방송에 입문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방송 코미디에 몸담으며 ‘개그맨’ 명칭을 대중화시키는 등 한국 코미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장지는 고인이 입원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전북 남원시 인월면으로, 고인의 뜻에 따라 수목장으로 치러졌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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