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8일에도 조희대 법원장을 “오만하다”고 성토했다. 조 대법원장 외 대법관 전원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지난 22일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습 의결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지난 26일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에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하여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 103조, 합의 과정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제 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법원조직법 제 65조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 8조에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당시 유죄 취지에 반대의견을 냈던 오경미 대법관도 의견서에서 “본인은 현직 법관으로서 본인이 재판에 관여한 사건에 관한 법리적 견해는 판결서를 통해 표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에 이르게 된 경위나 심증의 형성 과정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언하는 건 사법부의 고유한 재판 사항에 관한 것인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사료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 부장판사 또한 헌법 제103조를 이유로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해 전무후무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정청래 민주당 대표)며 조 대법원장이 의도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해왔다. 당내 강경파들은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와의 ‘4인 회동’에서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해 왔다.
증인들이 대거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이 주장하는 ‘사법부 독립’은 결코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될 수 없다. 입법부는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사법부를 견제해야 하며, 사법부는 이에 응하는 것이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의 최고 수장이 법률이 정한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을 법 위에 둔 행위”라며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고 말했다.
같은날 전현희 민주당 수석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조희대는 직을 걸고 반드시 국민 앞에서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은 지난 5월에도 청문회 기회를 드렸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내에선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했을 시 “다시 증인을 신청하거나 불출석에 대한 고발 조치도 가능하다”(김용민 민주당 의원)는 강경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당 지지율 하락 등 조희대 청문회 역풍이 불고 있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우려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