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푸른 저녁 하늘에 불꽃이 날아올랐다. 발디딜 틈도 없이 공원을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에서 “우와”하는 환호성이 터졌고 시민들의 눈과 카메라 렌즈가 일제히 하늘을 향했다. 하지만 어두웠던 하늘이 환해지는 그 순간에도, 불꽃은 등지고 서서 시민들만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시민들을 지키고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나온 경찰·소방·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날 공원엔 주최 측 추산 100만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지만, 이들 덕분에 축제는 인명 피해나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마무리 됐다.
서울시는 이날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4개 자치구·서울소방재난본부·서울경찰청 등과 협조해 총 5000여명의 인원을 현장에 배치했다. 기동대 37기와 기동순찰대 22개 팀 등 경찰만 3448명이 동원됐다. 주최 측인 한화그룹에서는 계열사 임직원 1222명을 포함해 협력 업체 직원까지 총 3700여명의 자원봉사단을 꾸렸다.
원활한 축제 진행을 위한 노력은 축제 한참 전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서 질서 유지를 위한 안내를 시작했다. 경찰도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오후 2시부터 여의동로와 여의나루로 등 인근 도로를 통제했다. 지하철 여의나루역과 샛강역 안에선 “멈추면 위험하니 이동하라”고 안내하는 경찰과 소방, 역 관계자들의 외침이 끝없이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고 한강공원 길목이 병목현상을 겪자 자원봉사자들과 경찰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행렬이 멈추며 사람들이 끼이거나 밀려 넘어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확성기를 들고 “앞에 사람이 많아 힘들더라도 멈추지 말고 이동해달라”고 쉴 새 없이 외쳤다.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골든’(Golden) 등 음악에 맞춰 화려한 불꽃의 향연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환호는 더 커졌고 그 틈에 있는 경찰과 소방 인력,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 역시 더욱 바빠졌다. 경찰은 사고가 나지 않는지 인파를 지켜보는 동시에 시민들이 불꽃 구경을 위해 멈춰 서있지 않도록 쉼없이 공간을 만들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이동시키던 한 기동순찰대원은 "한명이라도 멈추면 뒤에 있는 사람들도 멈추기 때문에, 길을 계속 뚫어줘야 한다”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불꽃 쇼 도중 한 남성이 어지럼증을 호소하자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원 등 총 6명이 곧바로 달려가 자리에 눕히고 혈압을 쟀다. 하늘에 퍼진 색색깔 불꽃에 계속 탄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들은 주저앉은 남성이 호흡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살피느라 고개를 들 틈이 없었다.
행사가 끝난 뒤 시민들이 거의 다 귀가할 때까지 이들은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인근 샛강역과 여의나루역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교통 안내를 했고, 자원봉사자들은 공원에 남아 쓰레기를 치웠다. 시민들이 버리고 간 돗자리, 맥주캔, 김밥 상자 등을 치우던 한화시스템 ICT 홍인협(27)씨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질서가 잘 지켜져서 무사히 마무리된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