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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위기’ 한국인 감독, 2년 연속 PS 탈락했는데 뜻밖의 재신임

OSEN

2025.09.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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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도요 카프 공식 SNS

히로시마 도요 카프 공식 SNS


[OSEN=백종인 객원기자] 밑에는 달랑 한 팀뿐이다. 순위로 따지면 5위라는 얘기다. 포스트시즌(PS)은 이미 물 건너갔다. 2년 내리 한가한 가을을 맞는다.

이 정도면 분위기 싸늘하다. 특단의 조치에도 할 말이 없다. 경질, 교체, 퇴임 같은 살벌한 단어들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 아니다. 뜻밖에도 멀쩡하다. 연임이 확정된 것이다.

일본 센트럴리그의 히로시마 도요 카프 얘기다. 어제(28일) 경기도 졌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2-10으로 대패했다. 그러면서 1위(한신)와 24게임 차이가 됐다. PS를 위한 3위와도 8경기 멀어졌다.

하지만 사령탑은 건재하다. 한때 낙마설이 돌던 아라이 다카히로(48)의 재신임이 확정적이다. 구단주가 재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NHK, 산케이, 닛케이 등은 최근 마쓰다 하지메 구단주의 이같이 결심을 전하며 “젊은 선수를 육성해 카프의 미래에 기대를 걸게 만들어준 점이 평가받았다”라고 풀이했다.

아라이 감독은 2023년 부임해 첫 해 리그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연이어 B 클래스(4위 이하)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 역사상 취임 4년째를 맞는 10명째 감독이 되는 셈이다.

아라이 다카히로 SNS

아라이 다카히로 SNS


아라이 감독은 히로시마에서 나고 자랐다. 데뷔와 은퇴도 카프에서 했다. 중간에 7년간 자리를 비웠다. FA 자격을 얻어 한신으로 이적한 기간이다.

2000년 센트럴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2005년에는 홈런왕(43개)을 차지하기도 했다. 생애 통산 2000안타, 300홈런을 넘겼다.

그는 익히 알려진 재일동포다. 박귀홍이라는 한국 이름도 가졌다. 고교 시절 봉황기에도 출전했다. 1994년 대회에서 8강까지 진출했다.

당시 재일동포 팀은 타선이 막강했다. 훗날 프로에 진출한 2명이 중심 타선에 포진했다. 아라이(박귀홍)가 4번을 쳤고, 긴조 다쓰히코(김용언, 요코하마-요미우리)가 3번 타자로 뛰었다.

역대로 NPB에는 많은 한국계가 활약했다. 400승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김정일, 혹은 김경홍), 하리모토 마사오(장훈) 같은 레전드급 스타들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스스로 뿌리를 밝히거나, 인정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이를테면 봉황기 출전 같이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당연히 감독까지 역임한 경우는 손으로 꼽는다. 아라이 이전에는 가네모토 도모아키가 있다. 한국이름이 김지헌인 그는 한신 타이거스의 사령탑으로 3년간(2016~2018년) 재임했다.

(가네다는 롯데 오리온즈에서 2기에 걸쳐 감독을 지냈다. 역시 한국계 구단주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장훈은 감독, 코치 경력이 없다.)

히로시마 도요 카프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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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 감독은 팀 체질 개선에도 성과가 크다.

본래 카프는 요즘말로 ‘빡쎈’ 팀이다. 우선 자금력이 넉넉지 않다. 시민구단으로 출발했다. 그래서 비싼 선수를 데려오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늘 스파르타식이 강조된다. 훈련량과 정신력, 군기는 일본 최고다.

이게 아라이 정권 후에 바뀌기 시작한다. 일단 출근 시간이 달라진다. (야간경기 기준) 오후 2시를 3시로 늦췄다. 그라운드에서는 간단한 몸 풀기와 펑고로 끝낸다. 타격 훈련은 실내로 옮겨서 한다. 혹서기 방식을 시즌 내내 적용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특히 불펜진은 유연근무제다. 알아서 출근하고, 알아서 몸을 푼다. 추격조, 필승조, 마무리…. 각자의 투입 시기와 임무에 맞게, 스스로 통제한다.

이유가 있다. 지리적인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히로시마는 서쪽 멀리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팀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에 모여 있다. 혼자 뚝 떨어진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동거리가 멀다. 체력 소모가 심해서 7~8월 이후 하락세를 타기 일쑤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시행 중이다.

당연히 선수들은 환영 일색이다. 다만, 아직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얼마 전만 해도 아라이의 경질설이 파다했다. 대신 노무라 겐지로(58)가 재임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옛날 방식의 강훈련을 믿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결국 구단은 재신임을 택했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40대 감독이다. 낡은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때문일 것이다.

히로시마 도요 카프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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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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