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문 연 중남미문화원은 고대 잉카·마야·아스테카 유물부터 근현대 미술품까지 중남미 고유의 문화·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곳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부인 홍갑표 전 이사장과 문화원을 설립한 이복형 원장을 만났죠.
주소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양로285번길 33-15,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까지)
Q : 지우 중남미문화원 설립 배경과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중남미 지역 4개국(멕시코·코스타리카·도미니카 공화국·아르헨티나)에서 33년 동안 외교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 시절 취미 삼아 모은 것들을 둘 곳이 따로 없어 은퇴 후 농장 하려고 마련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에 있는 별장에 전시해뒀는데요. 여러 유물과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지인들 모습을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중남미 문화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994년 박물관을 시작으로 미술관·종교전시관·조각공원을 차례대로 개관했죠.
Q : 서윤 중남미문화원에 유물과 그림 등이 많은데, 어떻게 모으셨나요.
제 아내(홍갑표 설립자, 전 이사장)가 골동품 애호가였습니다. 중남미에 근무하면서 주말마다 골동품 가게와 벼룩시장을 돌며 유물을 수집했죠. 은퇴할 무렵에 박물관 설립을 결심하고는 더 적극적으로 유물과 미술작품을 수집했고요. 모두 컨테이너에 실어 배로 들여왔는데 수십 차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중남미문화원은 우리 부부의 열정과 눈물이 담긴 곳으로 시멘트와 벽돌 빼고는 다 중남미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Q : 한호 개인이 박물관을 설립·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어려운 점과 뿌듯한 점을 말해주세요.
박물관은 국립·공립·사립으로 나누는데 국립은 나라에서, 공립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립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사립 박물관도 큰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면 아무래도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같은 어린이·청소년들을 비롯한 많은 분이 방문해서 즐기는 모습을 보며 중남미와 대한민국 문화의 가교 구실을 하는 데서 큰 보람을 느끼죠.
Q : 지우 소년중앙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유물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3전시실에 있는 가면들이 애착 가고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유리장에 있는 석가면들은 매우 소중한 유물로 무덤에서 발굴된 부장품이거나 데스마스크거든요. 그밖에 미술관에 있는 작품과 의상, 종교전시관에 전시된 높이 6.5m에 달하는 레따블로(Retablo)는 라틴 바로크 양식을 잘 담은 작품으로 꼭 한번 관람해보기 추천해요.
Q : 서윤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대사관을 지내셨는데, 각 나라의 특징을 알려주세요.
중남미의 역사는 크게 콜럼버스 이전의 중남미 고대 문명과 콜럼버스 이후 스페인 식민지 시대, 그리고 독립 이후의 시기로 나누어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나라마다 정치적·문화적·경제적·환경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코스타리카·도미니카 공화국 등을 카리브해 지역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미국과 가깝고 관광산업이 발달했죠. 또 식민지배와 노예무역의 거점지역이었던 만큼, 흑인 혼혈인 인구가 많고 사탕수수·카카오·커피 재배와 같은 플랜테이션(단일 작물을 재배하는 거대 규모의 농장)이 많아서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요. 이곳의 특징은 좋은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꼽을 수 있어요. 중남미 지역 중에 유럽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의 후손이 많이 사는 지역(아르헨티나·우루과이·칠레 등)은 목축업이 많이 발달했죠. 유럽인들이 소·말·양·닭·돼지를 중남미 지역에 대량으로 사육하면서 소고기를 먹는 육식의 시대가 열리게 됐습니다. 또 아마존 정글로 유명한 브라질이나 원주민 인구 비중이 높은 안데스 고지대 지역에는 자연 훼손이나 원주민 인구 감소와 문화 보존 문제가 대두하고 있답니다.
Q : 한호 중남미 국가 여행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치안은 어떤 편인가요.
치안이 좋은 곳도 있고 나쁜 곳도 있어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여행 가기 전,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안전공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관광지는 치안이 좋은 편이니 관광지 이외의 곳은 다니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Q : 지우 중남미 국가들 대부분이 축구에 빠져 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원전 약 1600여 년 전부터 아스테카와 마야를 비롯한 중미 지역에서 공놀이가 행해졌는데, 이는 일종의 종교적 의례와 관련 있었어요. 아스테카와 마야는 이 스포츠를 각각 올라마(Ollama), 삐츠(pitz)라고 불렀는데, 단단한 고무공을 이용해 지금의 축구처럼 손을 이용하지 않은 채 골대에 골을 넣는 경기였죠. 특이한 것은 골대가 경기장 벽에 고리 형태로 있었던 건데요. 지금도 고대 유적지 곳곳에 경기장이 남아 있어요. 경기가 끝나면 인신 공양 의식이 치러졌다고 합니다.
Q : 서윤 중남미 국가 중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와 유적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매우 많지만,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카리브해 지역 국가와 유적지가 많은 멕시코·과테말라·페루 등을 추천합니다. 청소년들이 방문한다면 세계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 있을 거예요.
Q : 한호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남미 국가가 어떤 관계를 맺고 나아가야 할까요.
중남미 국가들은 냉전 시대부터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변함없이 지지해 온 전통적인 우방국입니다. 좁은 국토에 적은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에 비해 중남미 국가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죠. 특히 중남미 지역에서 K-문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한다면, 양국에 관계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중남미 국가들과 관계를 공고히 하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게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