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역시 지난 시즌은 토트넘 홋스퍼가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33, LAFC)이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무대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있다.
LAFC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MLS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를 3-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LAFC는 승점 53을 기록하며 두 경기 더 치른 미네소타(승점 54)를 1점 차로 추격했다.
이번 경기는 손흥민과 정상빈(세인트루이스)의 첫 '코리안 더비'였다. 손흥민은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정상빈은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두 공격수가 미국 땅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
앞서 "흥민이 형과 직접 맞붙을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밝혔던 정상빈의 꿈이 현실이 됐다. 그는 "(리오넬) 메시보다 흥민이 형이 내 최고의 롤모델"이라며 손흥민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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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기장 위 승부는 냉혹했다. LAFC가 경기 내내 세인트루이스를 몰아붙이며 일방적인 승리를 챙겼다. 전반 15분 드니 부앙가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는 상대의 백패스를 끊어내고 올라간 뒤 정교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MLS 득점 1위 리오넬 메시(24골, 인터 마이애미)를 1골 차로 따라붙는 부앙가의 시즌 23호 골이었다.
골대가 손흥민의 MLS 4호 도움을 가로막았다. 전반 20분 델가도가 손흥민이 내준 공을 받은 뒤 날카로운 슈팅으로 터트렸으나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뒤이어 나온 부앙가의 강력한 슈팅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도 골 맛을 봤다. 그는 전반 추가시간 박스 안까지 직접 공을 몰고 돌파한 뒤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4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의 득점을 본 MLS 해설진은 "이 둘은 필연적이다(inevitable)"라며 "클래스가 다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트렸다. 그는 후반 15분 박스 안에서 가볍게 수비를 따돌린 뒤 낮게 깔리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키퍼를 무너뜨렸다. 해트트릭도 넘볼 수 있었다. 후반 22분 세인트루이스 수비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아쉽게도 비디오 판독(VAR) 끝에 판정이 번복됐다. 경기는 그대로 LAFC의 3-0 대승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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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대에서 펄펄 날고 있는 손흥민이다. 그는 지난달 토트넘과 10년 만에 작별하고 LAFC에 합류한 뒤 8경기에서 MLS 기준 8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도 90분간 2골, 슈팅 3회, 기회 창출 3회, 공중볼 경합 승률 100%(2/2), 피파울 3회 등을 기록하며 평점 9점으로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LAFC도 손흥민 효과에 활짝 웃고 있다. LAFC는 "손흥민은 8월 9일 시카고전을 통해 MLS에 데뷔한 뒤 8골과 3도움을 올리며 팀이 기록한 중 21골 중 11골에 관여했다. 클럽은 그가 뛴 8경기에서 5승 1패 2무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단 두 경기만이 BMO 스타디움(LAFC 홈구장)에서 열렸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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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손흥민과 부앙가의 호흡이 엄청나다. 둘은 최근 6경기에서 각각 9골, 8골을 터트리며 LAFC가 기록한 17골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원풋볼'은 "부앙가와 손흥민이 LAFC를 위한 쇼를 펼쳤다. 그들은 정규 시즌 단일 클럽에서 17골 연속 득점을 기록한 MLS 역사상 최초의 듀오가 됐다"라고 감탄했다.
MLS도 "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이적료(2660만 달러)로 LAFC에 도착한 손흥민은 리그를 불태우고 있다. 토트넘의 전설인 그는 첫 8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그는 부앙가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부앙가는 손흥민이 온 뒤 10골을 넣으며 카를로스 벨라를 넘어 LAFC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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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C 유니폼을 입고 이제 겨우 8경기를 뛴 손흥민. 하지만 그는 이미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넣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기록을 넘어섰다. 원풋볼은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전체 골 수를 넘어서기 위해 그저 8번의 MLS 경기만 필요했다"라고 조명했다.
이를 본 한 팬은 "역할이 다르다. 아주 간단하다. LAFC는 손흥민을 골잡이로 활용한다. 그는 분명히 최고의 골잡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콘테와 포스테코글루는 그를 다른 역할로 썼는데 팬들은 손흥민이 골을 못 넣다고 불평했다. 안타까운 토트넘 팬들...자신들이 뭘 잃었는지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토트넘 팬들도 손흥민을 보며 지난 시즌 그의 아쉬웠던 모습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책임임을 깨닫고 있다. 앞서 토트넘 팬 커뮤니티 '홋스퍼 HQ'는 손흥민의 레알 솔트레이크전 해트트릭을 본 뒤 "손흥민이 토트넘의 이적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고 있다. 토트넘은 그를 곁에 더 두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아쉬워했다.
또한 매체는 홋스퍼 HQ는 "2024-2025시즌 그의 속도가 느려진 건 손흥민에게 골문에서 멀어져 더 넓게 뛰도록 강요한 포스테코글루의 무능한 전술 탓이었다. 게다가 그가 과로와 부상을 안고 뛴 것도 확실히 마이너스였다"라며 "손흥민이 끝났다는 보도는 너무 성급했다. 어쨌든 지난 시즌에도 그는 토트넘 내에서 리그 공격 포인트 1위였다"라고 되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