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29일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비서관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한 상황에서 단행된 원포인트 인사였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비서관이 맡았던 총무비서관 자리는 윤기천 제2부속실장이 채우기로 했고, 이로 인해 제2부속실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이 불가피해졌다. 김남준 1부속실장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겨 강유정 대변인과 공동 대변인 체제를 이루게 됐다. 이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 출신 비서관급 인사 3명이 연쇄적으로 자리를 바꾼 것이다.
이번 보직 변경에 대해 강 비서실장은 “대변인을 추가해 대국민 소통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밖에도 기존 홍보소통수석 산하에 있던 디지털소통비서관(김남국)을 비서실장 직속으로 바꾸고, 정책홍보비서관실과 국정홍보비서관실을 통합하는 등의 조직 개편을 했다. 아울러 정무수석 산하에 정무기획비서관을 신설해 국회 및 제 정당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비서실장 직속으로 국정기획자문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야권에선 “국정감사 출석을 피하기 위한 꼼수”란 반발이 나왔다.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지는 요직인 총무비서관은 1992년 노태우 정부 이후 국감에 빠짐없이 출석했지만 반면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일정 수행 등을 이유로 불출석 양해가 손쉬운 자리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현지만 나오면 안 되는 이유가 뭔가”라며 “그림자 대통령이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렵나”란 말을 덧붙였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여론이 악화하자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오지 않기 위해 인사를 강행한 것이며, 이는 경기 중에 멀쩡한 골대를 옮겨버린 꼼수”라며 “최고 존엄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연쇄 이동이라니 도대체 대통령실 실제 주인은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현지 비서관이 보직과 상관없이 (국감 출석은 )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김현지 비서관의 보직 변경은 국감을 안 내보내려고 한 인사냐’는 질문에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살림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에 대한 필요 때문에 국감에 부르려고 했는데 보직 이동한 (전직) 총무비서관을 부른단 건 여야 간 얘기해봐야 하는 것”이라며 “제가 결론 내 답변할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