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강 세종보를 개방한 뒤 8년째 방치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세종 시민이 보 가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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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본부장 "용수 확보는 시민 안전과 직결"
세종보 가동을 촉구하는 농·어업인, 상인, 수상스키·요트업 동호회원, 소방·재난 관계자, 일반 시민 등은 30일 오전 10시30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시민이 나서 보 가동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우선 소방·재난 분야 관계자로는 장거래 전 세종시 소방본부장이 나섰다. 장씨는 “세종보는 기후위기시대 가뭄이나 재난시 비상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라며 “세종보를 시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시설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장씨는 “아파트 밀집지, 대형 복합시설, 관광시설 등이 증가하는 도시에서는 화재나 대형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용수 확보가 필수”라며 “소방용수 확보 여부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상가 대표 "물이 없어 사람이 안와"
이와 함께 세종시 금강변 상가 이영진 대표는 “세종보가 개방된 이후 수년간 금강 물이 말라 수상레포츠는 물론 크고 작은 행사도 할 수 없었다”라며 “이 바람에 상가에 사람이 오지 않고 빈 점포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한강, 대전 갑천, 대구 신천, 춘천 의암호 등 전국 주요 도시는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해 각종 축제 등이 연중 열고 있다”며 “세종보를 개방한 금강은 수위가 낮아 보트도 사람이 밀고 당겨야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종시 수상레저 연합회 유수용 전무는 “수상스키나 요트 등 수상 레저를 활성화하면 도시 브랜드 가치가 오르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무는 "강에 보트 등이 다니면 엔진 등 동력 작용으로 물이 섞이면서 산소를 발생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이로 인해 수질 개선과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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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강릉 사태 남의 일 아냐"
농·어민도 나섰다. 금강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채재학씨는 “최근 강릉의 극심한 가뭄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세종보에서 2㎞ 떨어진 금남면 지역은 지하 수위가 2020년 -2.4m에서 2023년 -3.4m로 1m나 낮아졌다”며 “이 바람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지하수 허가과 신고 건수는 보 개방 이후 6년간 30%까지 증가했다”고 전했다.
세종시 어업인연합회 신용욱 회장은 “세종보 개방 이후 강에 물이 없으니 물고기 산란장이 사라지는 등 어족 자원이 고갈됐다”며 “세종보에 물을 담아 먹고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세종시 금강 일대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은 17명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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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가동 찬성 의견이 2배 많아"
또 세종보 가동추진주민협의체 홍승원 대표는 “최근 세종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세종보 재가동 찬성 의견이 42.4%로 반대(20.3%)보다 2배 이상 많았다”며 “세종시와 연고가 없는 환경단체는 세종보 가동 문제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세종보는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를 건설하면서 계획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완공됐다. 건설비는 241억원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는 생태계를 복원한다며 2017년 11월 세종보를 개방하고, 3년 뒤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해 보 해체를 결정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30억원을 들여 세종보를 수리했지만, 환경단체가 세종보 상류에서 지난해부터 보 해체를 요구하며 농성하자 보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현 정부에 '세종보 가동 중단'을 넘어 '보 해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보를 해체하면 115억원이 든다.
세종시는 지난 16일과 2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농성 중인 환경단체에 계고장(戒告狀)을 전달했다. 계고는 행정상 의무 불이행 시 강제 집행을 예고하는 행정처분이다. 세종시는 환경단체가 철수하지 않으면 계고장을 한 차례 더 보낸 다음 하천법에 따라 변상금을 물리고 고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