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무안국제공항 운영·시설물 인허가 등을 담당한 전·현직 공무원을 추가로 입건했다. 정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 전국 공항의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국토교통부 전·현직 관계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안공항 개항 당시 공항 운영과 관련된 인허가 업무를 하거나 개항 이후 안전 관련 시설 검사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참사를 키운 로컬라이저 둔덕을 활주로 끝에 설치하도록 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사고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한 뒤 폭발해 179명이 숨진 사고다.
이번 추가 입건으로 제주항공 참사 관련 입건자는 모두 39명으로 늘었다. 앞서 경찰은 조류 예방업무와 관제 업무, 로컬라이저 건설 관련 업무 등을 맡은 국토부 직원과 공항공사 직원, 방위각 시설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 등 15명을 입건했다. 또 유가족 측이 고소한 국토부 장관과 제주항공 대표, 한국공항공사 대표 등 16명이 피고소인 신분으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등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와 보강자료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인정될 경우 추가 입건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함께 유족과 피해자 지원 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전국 7개 공항 중 6개 공항의 방위각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시설 설계를 완료하고, 순차적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 무안공항을 비롯해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 김해공항, 사천공항 등의 로컬라이저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중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관문공항으로 사용되는 포항경주공항은 지난달 개선 공사를 완료했다.
광주공항은 안테나 설치 공사 등을 거쳐 이달 내로 개선 작업이 마무리된다. 여수공항과 사천공항 등도 연말까지 개선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설계가 완료됐다. 유족 등과의 협의를 거쳐 착공할 계획”이라며 “김해공항은 APEC 행사 일정 등을 고려해 최대한 항공안전 확보가 가능한 방향으로 방위각시설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추석 당일 추모행사를 연다. 오는 6일 오후 2시 무안공항 1층 분향소에서 합동 차례를 지낸 후 오후 7시에는 ‘기억의 활주로, 별이 된 당신께’라는 주제로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유가족 협의회 측은 “이번 추모행사는 단순한 추도식을 넘어 희생자 179명의 넋을 기리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앞서 유가족 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창립총회를 열고 5개 당면 요구안을 확정했다. 유가족 요구안은 ▶둔덕·조류관리 등 국가 책임 인정 ▶특별조사위 신설 및 진상조사 ▶전문성·독립성 검증할 때까지 사조위 조사 중지 ▶블랙박스·관제기록 등 원본 데이터 공개 ▶둔덕·조류 등 긴급 안전권고 실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