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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잔재 청산하나…알제리, 프랑스어 줄이고 영어 확대

연합뉴스

2025.10.0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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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수업 시간 축소…항공사·통신사도 프랑스어 배제
식민 잔재 청산하나…알제리, 프랑스어 줄이고 영어 확대
프랑스어 수업 시간 축소…항공사·통신사도 프랑스어 배제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알제리가 최근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프랑스어 비중을 줄이고 영어를 확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알제리의 프랑스문화원은 이달 29일 개막하는 알제 국제도서전에 부스 설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알제리 국적 항공사 에어알제리는 4월부터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와 아랍어로만 항공권을 발행하고 있다. 8월에는 알제리텔레콤도 이에 발맞춰 서비스 현대화를 명분으로 청구서와 결제 영수증을 아랍어와 영어로 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알제리 내 프랑스어 축소 배경은 1962년 알제리 독립 이후 시행된 아랍화 정책과 프랑스와 알제리 간 외교적 긴장 고조다.
식민 지배로 엮인 두 나라는 알제리 독립 이후에도 경제·외교적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나 2019년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 취임 후 조금씩 관계가 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제도 개혁을 추진하며 2022년 초등학교 내 프랑스어 수업 시간을 주당 15시간에서 11시간으로 줄였다. 중학교 내 프랑스어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다. 대신 영어 교육을 앞당기고 주당 수업 시간도 더 늘렸다.
더 나아가 2023년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알제리 당국은 사립 학교에 프랑스 교육과정을 가르치지 말라고 경고하며 제재를 가하겠다고 통보했다.
프랑스어와 영어의 경쟁은 대학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어는 기술·과학 교육, 학생 교류 분야에서 여전히 우위지만 올해 3월 알제리 고등교육과학연구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학·약학 학부에서 프랑스어를 배제하고 영어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변화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8월 알제리를 방문했을 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이 선 연단엔 평소와 달리 '프랑스 대통령'이란 호칭이 아랍어와 영어로 표기돼 있었다.
알제2대학의 카울라 탈레브 이브라히미 언어학 교수는 "알제리 정부는 언어 문제에 대해 진정한 전략을 가진 적이 없다"며 "결국 이념적 배후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알제리 정부가 프랑스어 대신 영어 확대 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교원이나 관련 교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제리 정부가 전국 대학에 영어를 보급하기 위해 3만 명의 교원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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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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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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