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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리시대 끝낼 것”…트럼프 ‘약 정치’에 값 내린 화이자

중앙일보

2025.10.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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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왼쪽 둘째)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가 미국에 700억 달러(약 98조2000억원)를 투자하고 약값을 인하하는 대신 의약품 관세 적용을 3년간 면제받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달 전 선진국 최저 수준으로 의약품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의 브리핑을 열고 “화이자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공공의료보험)에 적용되는 모든 약과 앞으로 나올 신약에 최혜국대우(MFN)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즉 미국 외 선진국에 적용하는 가격 중 최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유통한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적용되는 새로운 가격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스위스, 덴마크 등에서 제시되는 가격과 비교 평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7월 31일 화이자 등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공개 서한을 보내 60일 이내에 약값을 선진국 수준으로 내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세계 평균보다 세 배나 비싼 약값을 낸다”고 불평하면서다. 실제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는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랜드 코퍼레이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대비 2.7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이날도 “이 과감한 조치를 통해 미국 가정을 희생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격 폭리를 취하는 시대를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에서만 의약품을 비싸게 팔아 그동안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마련해 왔다는 것이 트럼프의 인식이다. CBS는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이나 약값 부담이 큰 계층 생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이자는 약값 인하와 별개로 미국 내 제조 시설에 7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한 대가로 화이자에 3년간 의약품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트럼프는 “(화이자는) 관세를 전혀 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오면 관세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초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 정부 운영 의약품 판매 사이트도 출범한다. 트럼프 이름과 처방전을 뜻하는 약어인 Rx를 합친 ‘트럼프Rx(TrumpRx)’다. 소비자들이 할인된 가격에 제조사로부터 직접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화이자도 이 사이트에 입점한다. 화이자 측은 “대부분의 1차 진료 치료제와 일부 엄선된 전문 의약품 브랜드를 최대 85%까지, 평균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제약업계를 저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2일에는 전 세계에서 널리 복용되는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의 임신부 복용 중단을 주장했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면서다. 타이레놀도 트럼프가 약값 인하를 촉구한 회사 중 한 곳인 존슨앤드존슨이 만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곧바로 “타이레놀이나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보고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위문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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