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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특정국가 겨냥 괴담, 인종차별적 시위 추방해야”

중앙일보

2025.10.02 00:22 2025.10.02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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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일부 보수단체가 벌인 ‘혐중 시위’에 대해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거론하며 “내수 활성화와 경제 회복에 많은 긍정적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그런데 문제는 최근 특정 국가·국민을 겨냥한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괴담·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인종 차별적인 집회들도 계속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역지사지(易地思之·입장을 바꾸어 생각함) 해보자. 일본에서 혐한 시위 뉴스를 보면 일본 사회·국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느냐”며 “그때 우리가 가졌던 그 느낌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가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관광객 1000만명이 더 들어오면 엄청난 수출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고마워하고 환영해도 부족할 판에 혐오 발언하고 증오하고 욕설하고 행패 부리고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말 문화적이지 못한, 국격을 훼손하는 그런 행위를 결코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중심인 ‘민초결사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무비자 입국 반대’ 집회를 열었다. 또 최근 일부 소셜미디어에선 “중국인들이 한국에 무비자로 입국해 장기매매를 할 것”이라는 괴담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어느 나라 국민이 자신들을 이유 없이 비방하는 나라에서 관광하고 물건 사고 싶겠느냐”며 “관계 부처는 해외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선동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인종 차별적인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은 2일 반중 시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측이 재한 중국인의 신변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중·한이 비자 간소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은 것은 양국 간 인적 교류를 촉진하고 상호 이해와 우정을 증진하며 양국의 상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일부 정치인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일부 극우 단체가 중국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서울 명동, 대림동 등지에서 반중 시위를 수시로 벌이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 양측은 모두 이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한 각계의 공동 노력으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반드시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소수 정치 세력의 음모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가 지난달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였다. 연합뉴스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제29회 ‘노인의 날’을 맞아 어르신 정책에 대한 진단과 토론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어르신들의 경제·사회적 삶의 개선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자 책임”이라며 “정부는 노후 소득 보장과 돌봄 안전망 구축, 맞춤형 문화 및 여가 확대 정책에 대해서 세심하게 다듬고 준비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초연금 부부 감액 축소,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정책의 신속한 처리도 지시했다.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어르신 공공 일자리를 확충해 체납 지방세를 비롯한 밀린 조세를 받아내면, 세수를 늘리면서 공공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면서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스마트폰이나 통신사 기본 서비스로 보이스피싱 방지 앱을 기본적으로 탑재할 수 없는지 가능성을 타진해 보라”고도 지시했다.

전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를 만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 검토를 시사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독점 폐해가 없는 매우 특수한 영역에 한정해 우리 사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지, 이 자체가 금산분리 예외 조항에서 시작한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만큼 이 대통령은 자신이 10일에 연차를 쓰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중간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데이 하루를 더하면 열흘이라고 하는 긴 휴가가 시작된다”며 “저도 샌드위치 데이에는 연차를 내서 공식적으로는 쉴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공직자가 솔직히 휴가·휴일이 어딨느냐”며 “24시간 일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그러는 게 공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광진구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오전에는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해외에 계신 우리 국민과 동포 모두의 권익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 주권을 되찾은 광복 80주년에 여러분과 한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라며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를 돕고 독립자금을 마련한 동포들의 뜨거운 애국심이 있었기에 빼앗긴 빛을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동포 사회 염원인 복수국적 연령 하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혜 모아나갈 것”이라며 “(재외동포 투표와 관련해) 가까운 곳에서 대한민국 주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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