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체포해 압송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8월 유튜브 출연을 두고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 6분쯤 이 전 위원장을 자택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경찰서로 압송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2시로 예정했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자 강제수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이 수차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영장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8월 12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6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41분쯤 영등포서에 도착해 수갑을 찬 채로 “‘전쟁이다’라는 말을 한 여성이 떠오른다. 이재명(대통령)이 시켰나 정청래(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시켰나”고 외쳤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에 맞지 않는다고 사퇴하라고 요구하더니 말을 듣지 않는다고 법까지 만들어 방통위라는 기관까지 없앴다”며 “그날 법을 통과시킨다고 해 기관장으로서 국회에 출석하느라 소환에 불응했더니 수갑을 채웠다”고도 반발했다.
이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다수의 독재로 가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 형태”라는 비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경찰은 민주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 전 위원장의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의 사전 선거운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7월 이 전 위원장이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시민단체는 이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통화에서 “지난달 27일은 국회 필리버스터 일정으로 소환 조사에 응하기 어려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구두로 사유를 설명했다”라며 “갑자기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문제 삼는 발언을 했을 당시엔 조기 대선이 있을지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체포영장 집행 사유가 되느냐”고 반발했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선 체포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은 2015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도 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 역시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이 전 위원장이 수천만원 상당의 금액을 유용한 행위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보고, 지난달 19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전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내용을 담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지난달 30일 자동 면직됐다. 이에 반발해 지난 1일 자신의 헌법상 권리가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법률 부칙 4조에서 전 방송통신위원회 직원의 승계를 규정하며 ‘정무직은 제외한다’고 한 데 대해 “입법부가 행정부 권한인 임면권을 직접 행사해 이진숙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면직하는 처분적 법률을 부당 입법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또 “내년 8월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위원장 임기를 강제로 단축했다”며 ▶평등권 ▶행복추구권 ▶공무담임권이 침해됐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