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직원 A씨(40)는 이번 추석 연휴에 부산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긴 연휴에 해외여행을 갈까도 고민했지만, 회사가 국내 여행 숙박비·교통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신설해 마음을 바꿨다. A씨는 “사내 게시판에 국내 여행 후기를 남기면 추첨으로 국내 호텔 숙박권을 주는 이벤트도 있어 사진 역시 많이 찍어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재계가 내수 살리기에 팔을 걷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자 소상공인·자영업자 돕기에 나선 것이다. 기업들은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거나 임직원의 국내 여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지난달 회원사들에 공문을 보내 ‘추석 맞이 내수 살리기 캠페인’ 동참을 요청했다. ▶납품대금 조기 지급 ▶추석 선물 우리 농산물 구매 확대 ▶추석 연휴 활용 국내 여행 장려 등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 19곳은 추석을 앞두고 약 7조60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삼성은 임직원 대상 ‘추석 맞이 온라인 장터’를 운영하며 우리 농산물 구매에 나섰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7개 관계사가 참여해 자매마을 특산품과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생산 제품 등을 판매한다. 삼성 임직원들은 올해 설에 15억원어치의 상품을 사들이며 지역 경기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롯데백화점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 농산물로 구성한 추석 선물세트를 대거 출시했다. 국내 우수 산지와 협업한 ‘지정산지 청과 선물세트’, 국내 농가의 이름을 직접 내건 ‘제주 문형식 홍망고’ ‘청양 조성호 머스크멜론’ 등을 선보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곳도 늘고 있다. 한경협은 ‘K바캉스 캠페인’을 진행하며 내수 살리기에 앞장섰다. 올 연말까지 국내 여행을 가는 임직원에게 숙박비·교통비 일부를 지원한다. 유한양행은 최근 임직원에게 “내수 경기 활성화와 지역경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회사에서 운영 중인 콘도 등 지역별 휴양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라는 공지를 했다.
LG유플러스·롯데백화점 등은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제도를 활용해 임직원들이 국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근속 5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3일간 국내 휴양지에서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연차를 붙여서 여유롭게 국내 여행과 휴식을 겸한 장기 휴가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나섰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5일 울산 태화시장에서 추석 맞이 전통시장 응원 행사를 열었다. 과일가게와 떡집, 분식집 등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장을 봤고, 사회공헌기금 9000만원을 울산시자원봉사센터 등에 기탁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임직원과 협력사 관계자 200여 명은 지난달 29일 포항 대해불빛시장 등 인근 재래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열었다. 명절 제수용품·과일·수산물 등을 구매하며 지역 상권 활성화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청소년 쉼터 등에서 명절을 보내는 가정 밖 청소년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추석 6000만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1000여 명의 청소년에게 전달했다. LG그룹은 추석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150억원어치를 사들여 국내 임직원에게 10만원씩 지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노력이 지역상권 및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