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투수가 2년째 전멸된 가운데 일본은 경사가 났다. 일본인 투수 2명이 메이저리그 가을야구에서 선발승과 세이브를 같은 경기에 역대 최초로 합작한 것이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1)와 사사키 로키(24)가 의미 있는 기록을 함께 세웠다.
오타니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1사구 9탈삼진 3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다저스의 5-3 승리를 이끌며 선발승을 거뒀다.
포스트시즌 데뷔 첫 등판에 나선 오타니는 2회 볼넷과 안타로 자초한 무사 1,2루 위기에서 J.T. 리얼무토에게 우중간 2타점 3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해리슨 베이더에게 희생플라이로 3점째를 내줬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3~4회 삼자범퇴로 막은 뒤 5회 2사 1,2루에서 올해 NL 홈런왕(56개)를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위기를 극복했다.
[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회 다시 삼자범퇴로 막은 오타니는 총 투구수 89개로 등판을 마쳤다. 최고 시속 101.4마일(163.2km), 평균 98.7마일(158.8km) 포심 패스트볼(36개) 중심으로 슬라이더(17개), 커브(16개), 스플리터(9개), 스위퍼(8개), 싱커(2개), 커터(1개)를 고르게 던졌다.
다저스가 7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역전 스리런 홈런이 터지면서 오타니 선발승 요건이 갖춰졌다. 이어 9회 마지막 투수로 같은 일본인 사사키가 2점차 리드를 지키며 오타니의 선발승을 지켰다.
5월 중순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4개월 공백을 가진 사사키는 지난달 말 복귀한 뒤 불펜으로 2경기 던지며 홀드 2개를 수확했다. 그리고 이날 첫 세이브 상황을 가을야구에서 맞이했다. 부담스러울 법한 상황이었지만 첫 타자 리얼무토를 스플리터로 루킹 삼진 잡고 시작했다.
[사진]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맥스 케플러에게 우측 2루타를 허용했지만 닉 카스테야노스를 2루 땅볼, 브라이슨 스탓을 3루 팝플라이 처리하며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일본 시절 포함 커리어 첫 세이브. 투구수는 11개밖에 되지 않았고, 그 중 9개가 스트라이크로 공격적이었다. 최고 시속 101마일(162.5km), 평균 100.1마일(161.1km) 포심 패스트볼(7개), 스플리터(4개) 투피치로 충분했다.
‘MLB.com’에 따르면 일본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나란히 선발승, 세이브를 기록한 건 역대 최초. MLB.com은 ‘오타니와 사사키가 이런 역사적 순간을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은 다저스와 일본 양쪽 모두에게 그들의 유산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비슷한 기록은 2013년에도 있었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었던 타자와 준이치와 우에하라 고지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6차전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상대로 각각 구원승과 세이브를 합작한 바 있다. 당시 타자와는 7회 3번째 투수로 한 타자를 땅볼 처리하며 구원승을 따냈고, 9회 마무리로 올라온 우에하라가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5-2 승리를 지키며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해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보스턴 시절 타자와 준이치, 우에하라 고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다저스도 일본인 선수들을 앞세워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본다. 투타겸업 오타니를 중심으로 선발진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그리고 다저스 약점인 불펜에서 새로운 힘이 되고 있는 사사키까지 일본인 삼총사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한국 야구로선 너무나 부러운 광경이다. 올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김혜성(다저스), 배지환(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4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전부 다 야수다. 투수는 전무했다. 2023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끝으로 2년째 한국인 투수가 전멸됐다.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트리플A 톨리도 머드헨스)은 2년 내내 마이너리그에 머무르며 빅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반면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던진 일본인 투수는 다저스 삼총사 외에도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스가노 도모유키(볼티모어 오리올스),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오가사와라 신노스케(워싱턴 내셔널스), 마에다 겐타(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 무려 11명이나 된다. 그 중 선발로 던진 투수만 9명으로 투수력에 있어선 한국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으로 일본이 멀찍이 달아났다. 당장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한국인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과 투수력 격차는 더 크게 느껴진다. /[email protected]
[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