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로봇이 명절날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식기세척기에 넣어주고, 식탁 정리도 해주는 시대가 곧 올 겁니다.”
인공지능(AI) 전문가로 국내 지능 로봇 개발을 주도하는 이승준 부산대 전기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부산대 학생 11명과 함께 개발한 로봇 ‘아누비스’로 지난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로보컵 2025’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로보컵’은 1996년 창설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인공지능 로봇 대회다. 올해 37개국 1500명의 선수가 경합을 벌였다. 대회 우승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교수를 지난달 29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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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세기 그릇 넣는 기술’로 세계 제패…가정용 로봇 대중화 앞당겨
이 교수가 개발한 아누비스는 가정용 로봇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에 해당하는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 기술’을 구현한다. 이 교수는 “기계적 유연성을 중시하는 QDD(Quasi-Direct Drive, 유사 직접 구동) 모터를 탑재해 로봇 팔로 식탁 위 접시와 포크 등을 집어 식기세척기로 옮길 수 있다”며 “식탁에 놓인 접시와 쓰레기를 구분해 정리하고, 수납공간의 형태를 본 뒤 다양한 크기의 식자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능력도 갖췄다”고 말했다.
아누비스는 지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의 언어를 해석하고 행동에 옮기는 능력을 갖춰서다. 이 교수는 “외부 서버와의 연결 없이 거대언어모델(LLM)을 로봇에 내장해 인간의 복잡한 자연어 명령을 빠른 속도로 해석하고 행동한다”며 “중국 로봇은 하드웨어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내 로봇은 지능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춰 지능 로봇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피지컬 AI가 주목받으면서 로봇 청소기처럼 가정용 로봇의 대중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가정용 로봇이 대중화되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이 모두 발전해야 한다”며 “피지컬 AI가 주목받으면서 중국 로봇의 소프트웨어가 강화되고 있다. 가정용 로봇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로봇 청소기처럼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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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로보컵대회 처음으로 한국서 개최…“다양한 로봇 보여줄 것”
로봇 개발 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그는 “중국의 거센 하드웨어 공세와 미국의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 사이에서 한국이 로봇 강국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와 학교,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저출산 심화로 산업계는 물론 가정, 의료계에도 지능 로봇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로보컵 2026’ 대회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이 교수 연구실 소속 학생 11명으로 구성된 ’타이디보이팀’은 대회 참가뿐 아니라 운영위원과 기술위원을 맡아 대회 전반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국내 개최로 로봇 배송 및 팀 이동 문제가 덜한 만큼 다양한 로봇을 준비해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며 “새로운 연구를 접목해 다양하고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