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갤러리(관장 유니스 김)가 오는 11일부터 18일까지 남가주 출신 예술가 자크 웨이트모어(Jacob Whitmore) 개인전 ‘나를 가리키는 손(The Hand That Points at M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명의 신간 출간과 함께 열리며 작가의 25년 창작 여정을 집대성한 의미 있는 자리다.
웨이트모어는 연극·영화 무대 미술 경력을 토대로 전통과 현대적 기법을 결합해 치유·정체성·내적 변화를 탐구하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내면의 아이’, ‘그림자 자아’ 같은 원형적 이미지를 초현실적이고 강렬한 시각언어로 표현하며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서사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트리니다드 출신 어머니와 서구적 시각을 지닌 아버지 영향은 웨이트모어가 회화·드로잉·조각·설치 등 다매체 작업 속에 신비로운 카리브해적 요소와 비판적 문화 성찰을 동시에 녹여내는 원동력이 됐다.
웨이트모어의 예술 여정에서 전환점이 된 사건은 1998년 화재였다. 초기 작품 대부분이 불에 소실되는 시련을 겪은 그는 뮤지션 스티브 웨버와 함께 창작 공동체 ‘헤로토젠 아츠’를 공동 설립해 예술을 통한 연결·회복·재생의 가치를 실천해왔다. 이번 전시는 ‘헤로토젠 아츠’ 2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와 함께 발간되는 책은 개인적 트라우마를 창조적 각성의 계기로 삼아 회복과 구원의 길을 걸어온 웨이트모어의 궤적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