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천하의 애런 저지(33·뉴욕 양키스)도 인정했다. 지난달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신인 투수 트레이 예세비지(22)가 가을야구에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예세비지는 6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3선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 양키스 강타선을 맞아 5⅓이닝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투구로 토론토의 13-7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 10-1 완승에 이어 2차전도 타선 폭발과 예세비지의 호투에 힘입어 승리한 토론토는 홈에서 2연승을 거뒀다. 1승만 더 하면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다.
새로운 스타 탄생의 날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올 시즌 AL 다승왕(19승) 맥스 프리드가 선발로 나선 양키스의 우위가 점쳐졌다. 토론토의 선발은 지난달 중순 빅리그에 데뷔해 3경기(14이닝) 1승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한 신인 예세비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0순위 뽑힌 특급 유망주이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초짜였다.
하지만 토론토는 ALDS 2차전 선발로 예세비지를 내세우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크리스 배싯과 호세 베리오스가 부상으로, 맥스 슈어저가 시즌 막판 부진으로 ALDS 로스터에 탈락한 가운데 예세비지의 강력한 구위와 분석이 되지 않은 낯설음을 믿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예세비지가 증명했다.
1회 애런 저지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나머지 3타자를 삼진 잡은 예세비지는 3~4회 연속 ‘KKK’ 이닝으로 위력을 떨쳤다. 4회까지 무려 10개의 삼진으로 양키스를 압도했다. 6회 1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노히터로 위력을 떨치며 가을야구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사진] 토론토 트레이 예세비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LB.com’에 따르면 예세비지의 탈삼진 11개는 토론토 투수 포스트시즌 역대 한 경기 최다 기록. 데이비드 프라이스, 후안 구즈만, 데이브 스티브 등 3명의 투수가 기록한 8개를 훌쩍 넘었다. 22세 69일로 포스트시즌에서 두 자릿수 삼진을 잡은 선수 중에서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다. 4이닝 만에 탈삼진 10개는 포스트시즌 최다 타이 기록으로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 패트릭 코빈이 NLCS 4차전에서 기록한 것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토론토 홈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간 예세비지는 덕아웃 앞에 나와 커튼콜로 화답했다. 경기 후 예세비지는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총 투구수 78개로 최고 시속 96.2마일(154.8km), 평균 94.6마일(152.2km) 포심 패스트볼(35개)을 비롯해 스플리터(29개), 슬라이더(18개) 3가지 구종만 던졌다. 무려 11번의 헛스윙을 이끌어낼 스플리터가 특히 위력적이었다. 193cm 장신의 오버핸드 투수로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내리 꽂히는 공에 양키스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사진] 토론토 트레이 예세비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처음 보는 투수가 이렇게 던지니 양키스 타자들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현역 최고 타자 저지도 마찬가지였다. 1회 볼넷을 골라냈지만 4회 예세비지의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저지는 “공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다. 공이 존에 들어올지, 무릎 아래로 떨어질지 구분하기가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예세비지의 활약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오늘 양키스 상대로 이렇게 잘 던졌다. 타자들의 스윙만 봐도 그의 구위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올해 그가 걸어온 여정은 믿을 수 없다”며 감탄했다.
이날 토론토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만루 홈런을 폭발하며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토론토의 대승을 이끈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도 “예세비지는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어린 선수이지만 승리에 대한 갈망이 대단하다. 오늘 그가 해낸 일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email protected]
[사진] 토론토 트레이 예세비지(오른쪽)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