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토론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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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뉴욕 양키스를 싫어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괴수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가을야구에서 괴력을 뿜어내고 있다. 2경기 연속 홈런 포함 3안타 맹타를 치며 양키스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게레로 주니어는 6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벌어진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3선승제) 2차전에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 만루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 활약으로 토론토의 13-7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5일) 열린 1차전에서도 1회 선제 결승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토론토의 10-1 완승을 견인한 게레로 주니어는 1~2차전 2경기 타율 6할6푼7리(9타수 6안타) 2홈런 6타점 OPS 1.933으로 대폭발했다. 게레로 주니어의 활약 속에 토론토도 2연승을 거두며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뒀다.
2차전 하이라이트는 4회였다. 1사 만루에서 양키스 우완 불펜 윌 워렌의 4구째 몸쪽에 들어온 시속 95.8마일(154.2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케 한 타구. 시속 110.7마일(178.2km), 발사각 25도로 날아간 비거리 415피트(126.5m) 만루 홈런에 로저스센터가 들끓었다. 게레로 주니어의 한 방으로 토론토도 9-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MLB.com’에 따르면 토론토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 만루 홈런이었다. 경기 후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도 이런 순간을 몇 번 경험했고, 나의 동료들도 그랬다. 오늘 밤은 내 차례였다.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 3차전 승리를 위해 한 팀으로 뭉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3차전에서 끝내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에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선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고, 그 꿈에 한걸음 다가섰다. 게레로 주니어의 아버지는 ‘괴수’라고 불렸던 블라디미르 게레로로 1996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데뷔한 뒤 LA 에인절스, 텍사스 레인저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쳐 2011년까지 16시즌 통산 2147경기 타율 3할1푼8리(8155타수 2590안타) 449홈런 1496타점 OPS .931을 기록한 당대 최고 강타자. 올스타 9회, 실버슬러거 8회, MVP 1회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며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다.
[사진] 토론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레로 주니어가 양키스를 싫어하는 이유도 아버지 때문이다. 그는 2022년 11월 인터뷰에서 “난 뉴욕에서 뛰는 게 좋다. 양키스를 꺾는 게 좋다”며 “절대 양키스와 계약하지 않을 것이다. 죽어도 양키스에선 안 뛴다. 가족과 관련된 개인적인 일로 절대 이 결정을 바꾸지 않겠다”고 깜짝 발언했다. 2003년 시즌 후 FA 시장에서 양키스는 게레로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게리 셰필드와 계약했다. 아버지를 외면한 양키스에 게레로 주니어는 아직도 감정이 좋지 않다. 지난 4월 토론토와 14년 5억 달러에 연장 계약하며 혹시 모를 양키스로의 FA 이적 가능성도 차단했다.
문제의 발언 이후 게레로 주니어는 양키스타디움에서 뛸 때마다 야유를 받곤 했다. 게레로 주니어도 홈런을 치고 난 뒤 ‘쉿’ 제스처를 취하며 양키스 팬들을 자극했다. 정규시즌 양키스전 통산 102경기 타율 3할2리(387타수 117안타) 22홈런 74타점 OPS .918로 강했는데 처음 맞붙은 포스트시즌에선 작정한 듯 휘몰아치고 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지금 게레로 주니어는 편안하고, 집중된 상태로 즐기고 있다. 그는 급하지 않을 때 정말 좋은 타격을 한다. 오늘 모든 타석이 정말 좋았다. 스윙도 아주 좋은 상태”라며 “그는 우리 팀 핵심 선수다. 시리즈 전에도 말했지만 그가 지금처럼 자유롭고 자신감을 갖고 편안하게 플레이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는 언제든 스윙 하나, 타석 하나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타자다. 그런 기운이 팀에 전염이 된다”고 치켜세웠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