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마지막까지도 팀이 먼저다.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던진 클레이튼 커쇼(3·.LA 다저스)가 마지막 가을야구를 앞두고 불펜 보직을 자처하며 팀을 위한 마인드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도 감격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1차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커쇼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한 커쇼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불펜투수로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8회 구원으로 나서 1이닝을 던지며 불펜 전환을 준비했다.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 쇼헤이, 타일러 글래스노우로 포스트시즌 1~4선발을 결정했다.
커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왼쪽 무릎과 엄지발가락 수술과 재활을 거쳐 5월 중순부터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커쇼는 23경기(22선발·112⅔이닝) 11승2패 평균자책점 3.36 탈삼진 84개로 활약했다. 전성기 같은 압도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2~3선발로 충분히 좋은 성적을 냈다.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한 다저스 선발진에서 야마모토와 함께 유이하게 로테이션을 이탈하지 않고 시즌 끝까지 제 몫을 했다.
가을야구 선발로 나서도 무방한 성적이지만 투수가 넘치는 다저스에선 쉽지 않았다.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스넬과 글래스노우 그리고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쳐 1이닝 오프너로 시작해 5이닝까지 빌드업을 완료한 오타니까지, 강속구 투수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가을야구를 맞이하면서 커쇼가 선발진에서 빠져야 했다. 가을야구 단기전에선 힘으로 타자를 찍어누를 수 있는 구위형 투수가 득세한다.
[사진] LA 다저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과 클레이튼 커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리드먼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커쇼 같은 선수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요구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우려가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프리드먼 사장은 “그 정도 위상을 가진 선수라면 당연히 그런 걱정이 든다. 하지만 커쇼의 장점은 ‘난 이기기 위해 여기에 있다. 뭐든지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불펜 보직 제안의) 주저함을 차단한다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이어 프리드먼 사장은 “커쇼는 동료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본인도 분명 올해 잘했다”며 “보통 선수들이 은퇴할 때가 되면 ‘이제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커쇼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올해도 우리가 거둔 성공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며 “하지만 커쇼에게 가장 크게 칭찬해야 할 부분은 그런 생각을 일찍 접고 팀의 일원으로 어떻게든 승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 점이다. 덕분에 그런 대화가 훨씬 수월했다”고 고마워했다.
커쇼의 팀 퍼스트로 일체감을 높인 다저스는 가을야구에서 순항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2전 전승으로 가볍게 제압했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도 5-3으로 역전승했다.
[사진]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경기에서 스넬(7이닝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 야마모토(6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사구 9탈삼진 2실점 무자책), 오타니(6이닝 3피안타 1볼넷 1사구 9탈삼진 3실점) 모두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되며 선발 싸움에서 확실히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선 고정 선발이 3명(야마모토, 잭 플래허티, 워커 뷸러)에 불과했지만 불펜의 힘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올해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력한 선발에 비해 불펜이 불안하다. 태너 스캇, 블레이크 트라이넨의 부진 속에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사사키 로키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9회 1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이제는 커쇼도 다저스 불펜에 새로운 힘이 돼야 한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로 나선 뒤 휴식 차원에서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 빠졌던 커쇼는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돼 불펜 대기에 나선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커쇼는 이 로스터에 포함될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 그에 맞게 기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브라이스 하퍼, 카일 슈와버, 브랜든 마쉬, 브라이슨 스탓 등 좌타자들이 즐비한 필라델피아 타선을 맞아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불펜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