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역시 '흥부 듀오'다. 손흥민(33)이 자신에게 패스하려다 멀티골을 놓친 드니 부앙가(31, LAFC)에게 양보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부앙가는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다.
LAFC는 6일(한국시간) 미국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LAFC는 5연승을 질주하며 승점 56점(16승 8무 7패)으로 서부 콘퍼런스 4위를 유지했다. 두 경기 더 치른 선두 샌디에이고(승점 60)와 격차는 4점. 앞으로 3경기가 남은 가운데 여전히 1위 도약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애틀랜타가 마음 먹고 내려앉으면서 LAFC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집중했기 때문. 손흥민과 부앙가가 파고들 공간도 나오지 않았다. 전반전 손흥민이 날린 몇 차례 슈팅도 모두 골키퍼와 수비벽에 막혔다.
[사진]OSEN DB.
후반에도 LAFC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좀처럼 소득을 얻지 못했다. 후반 18분 손흥민이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렸고, 이를 라이언 홀링스헤드가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오히려 애틀랜타가 행운의 선제골을 터트릴 뻔했다. 후반 24분 바르토시 슬리슈가 때린 중거리 슈팅이 수비에 맞고 굴절된 뒤 골대를 때렸다.
LAFC가 기어코 애틀랜타 골문을 뚫어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부앙가였다. 후반 40분 애틀랜타 수비가 박스 안으로 들어온 크로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골문 근처에 떨어진 공을 부앙가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마침내 1-0을 만들었다.
손흥민의 5경기 연속골이 아쉽게 무산됐다. 후반 44분 결정적 역습 상황에서 부앙가가 슈팅과 패스를 고민하다가 반대편으로 쇄도하는 손흥민 쪽으로 공을 건넸다. 치열한 득점왕 경쟁 속에서도 손흥민에게 양보하려 했던 것. 그러나 결정이 한 박자 늦으면서 공은 손흥민 발에 닿지 못했다. 경기는 그대로 LAFC의 1-0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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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부앙가는 시즌 24골 고지를 밟으며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함께 득점 1위로 올라섰다. 동시에 그는 MLS 정규 시즌 100번째 경기에서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99골을 달성하는 기쁨을 맞았다. 손흥민이 합류한 뒤 9경기에서 11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고 있는 부앙가다.
MLS 대기록도 이어졌다. 또 다시 부앙가가 득점포를 가동하며 지난 세인트루이스전에서 달성했던 MLS 듀오 연속 득점 신기록을 18골로 늘린 것. 둘은 최근 경기에서 LAFC가 넣은 18골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손흥민이 9경기 8골 3도움을 기록했다.
다만 부앙가는 득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직접 슈팅하는 대신 손흥민의 골을 도우려 했지만, 패스가 살짝 길면서 무산됐기 때문. 손흥민도 5경기 연속골을 놓치고 말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부앙가는 "정말 엄청난 기분이다. 마지막 몇 분에 골을 넣었다. 나와 팬들, 그리고 클럽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면서도 "또한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 패스만 정확했다면 추가골로 연결될 수 있었다"라고 손흥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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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손흥민은 부앙가에게 자신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득점 욕심을 내라고 당부했다. LAFC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영상 속에서 손흥민은 "그냥 슈팅해, 부앙가. 제발. 내 제스처나 바디 랭귀지가 널 패스하게 만든 걸 알고 있어. 그래도 넌 슈팅해야 해"라고 외쳤다.
이어 손흥민은 "나는 널 절대 탓하지 않을 거야. 사랑한다, 내 동생. 정말 축하해!"라며 부앙가를 향한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앞서서도 두 차례나 서로 페널티킥을 양보하며 훈훈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다시 한번 부앙가의 득점왕 경쟁을 위해 골을 양보하지 말라고 부탁한 손흥민이다.
다만 손흥민과 부앙가 '흥부 듀오'는 잠시 서로를 떠나야 한다. LAFC는 리그 최고의 듀오가 된 둘을 잃는 대형 변수를 맞닥뜨리게 됐다. MLS는 대부분의 리그와 달리 A매치 브레이크 기간에도 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LAFC는 9일 토론토전, 13일 오스틴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로 인해 손흥민과 부앙가는 각각 한국 대표팀과 가봉 대표팀 합류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 손흥민은 서울에서 브라질, 파라과이와 2연전을 준비하고, 부앙가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두 경기를 소화하러 간다. 2주 정도는 손흥민과 부앙가의 흥 넘치는 합동 세리머니를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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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외에도 나탄 오르다스(엘살바도르)와 마티외 슈아니에르(캐나다)도 A매치 차출로 자리를 비운다. 순식간에 4명을 잃게 된 체룬돌로 감독은 "이제 두 경기가 힘든 경기가 될 거다. A매치에 나서는 4명의 선수를 잃게 된다. 우리에게 큰 상처"라며 "하지만 그 공백을 메우고, 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선수들도 많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미드필더 앤드류 모런 역시 손흥민과 부앙가의 이탈을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누군가 빠지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대표팀 소집이 완벽한 상황은 아니지만, 오히려 팀이 더 단단해질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런은 "훈련만 봐도 손흥민의 클래스 차이가 느껴진다. 그는 영리한 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준다. 원터치, 투터치 플레이도 놀라울 만큼 정확하다. 손흥민과 함께 뛰는 건 행운”이라며 손흥민을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