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기 불대(빨대)를 재사용했다는 이유로 면허취소 수준이던 운전자가 무죄로 바뀐 판결이 나왔다. 운전자가 10회 이상 호흡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한상원)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3년 8월, 술을 마신 상태로 청주시 청원구의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관은 규정대로 A씨에게 생수로 입을 헹구도록 한 뒤 음주측정기 일회용 불대에 숨을 불어넣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A씨가 의도적으로 입바람을 약하게 부는 등 시늉만 하면서 측정을 회피했다. 결국 13차례 시도 만에 측정이 이뤄졌고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를 넘은 0.085%였다.
법정에 선 A씨는 "일회용 불대로 여러 번 불었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불대에 남은 알코올 영향으로 실제보다 과다 측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 '교통단속 처리지침' 제30조는 "1회당 1개의 불대(Mouth Piece)를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측정 회피를 지적하며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차례에 걸쳐 호흡을 불어넣는 시늉만 하며 측정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면서 "'음주 측정 1회당 불대 1개'는 바람을 제대로 넣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사용법대로 측정이 이뤄졌을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음주측정기 사용설명서에 '불대 사용은 1회 사용 후 필히 폐기해야 한다', '3차례 연속 측정에 실패할 경우 5분 이상 기다렸다가 새 불대로 교환해 측정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일회용 불대를 재사용하면 알코올농도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2~3차례까지 시늉만 하다 이후부터는 경찰 안내에 따라 불대에 호흡을 불어넣었다"며 "10차례가량 호흡을 넣는 과정에서 침이 측정기 입구를 막아 음주 수치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