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 심리학계와 의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이슈가 있다면,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에게 자폐증으로 널리 알려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유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일 것이다.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 발표에 학계는 반발했으며, 타이레놀 제약사 켄뷰(Kenvue)는 즉각 이의를 제기하는 성명을 냈다. 물론 가장 큰 충격과 혼란을 경험한 그룹은 이 약을 먹어온 임산부들이었음은 분명하다. 학계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일관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하버드대에서 발표한 논문은 기존의 46개 연구를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 발달 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s)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뿐 아니라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및 그 외의 발달 장애들이 포함된 연구다. 결과에 따르면, 27건의 연구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9건은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음을, 4건은 부정적 연관성(보호 효과)을 나타냈다.
이 연구만 보면,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은 금지되는 것이 맞다.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아주 작은 가능성조차 차단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산부에게 타이레놀보다 안전한 해열진통제는 현재로써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학계의 권고다. 의사들은 타이레놀의 위험 가능성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복용을 거부하면, 고열로 인해 임산부 및 태아에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결국, 이 문제는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결론이 날 때까지 임산부의 선택과 결정으로 남겨지는 듯하다.
수십 년간 진행되온 연구에도 불구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며, 학자들은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설명할 뿐이다. 유전적 요인과 생물학적 뇌 발달의 이상, 특히 특정 유전자 변이나 뇌 구조·기능의 차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임신 기간에 태아의 뇌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인(흡연, 음주, 특정 약물 등)이 그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고, 특정 신경 단백질의 이상, 뇌 아연 부족, 장내 세균총 불균형이 원인에 포함되기도 한다. 환경 호르몬이나 미세 플라스틱 노출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모두 가설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는 아이들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데이터는 미국의 전체 8세 아동의 3.2%에 해당하는 31명당 1명꼴의 아이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며, 이는 지난 20년간 300%의 증가, 2년마다 10~20%의 증가율이라 보고한다. 다만, 학자들은 이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폭넓은 정의와 조기 진단 프로그램의 활용이 이 증가의 한 축을 설명한다면, 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향상하고, 부모나 교사들이 자폐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해당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는 아이들은 증가하고, 그 원인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해답은 없다.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치료법의 개발도 요원하다.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급한 발언이 아니라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과 격려 및 과학적인 연구에 근거한 신중한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