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김혜성이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된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혜성처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팀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끝내기 득점을 이끌었다.
다저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 연장 11회 접전 끝에 2-1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시카고 컵스와 밀워키 브루워스와의 시리즈 승자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다.
그동안 와일드카드 시리즈 2경기, 디비전시리즈 3경기 등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전혀 출장하지 못했던 김혜성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좀처럼 내보내지 않았다. “때가 되면 김혜성을 활용할 것이다”고만 말했다. 디비전시리즈 도중 내야수 미겔 로하스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출장이 힘든 상황에서도 김혜성은 선택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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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김혜성은 가장 중요한 순간, 선택을 받았다. 1-1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에드먼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아직 발목 상태가 온전치 않은 에드먼을 대신해 김혜성이 대주자로 투입됐다.
접전 상황,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송구 능력이 송구 능력이 가장 뛰어난 J.T. 리얼무토가 버티고 있었다. 리얼무토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팝타임 1.86초를 기록 중이다. 팝타임은 포수의 송구가 손을 떠나 2루 커버를 들어간 수비의 글러브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을 측정한 기록. 리얼무토는 리그 상위 1%의 선수였다.
김혜성 역시 상위 15%의 스프린트 스피드(초당 28.7피트)를 갖추고 있었지만 1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섣불리 뛰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신, 김혜성은 뛰어야 할 때 두 번의 전력질주로 기회와 득점을 완성했다. 윌 스미스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2사 1루가 됐지만 맥스 먼시의 중전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뛰며 기회를 이어갔다. 이후 키케 에르난데스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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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의 앤디 파헤스는 배트가 부러지며 느린 땅볼을 때렸다. 그런데 투수 오리온 커커링이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했고 더듬었다. 이때 커커링은 홈 송구를 택했다. 김혜성은 타구가 맞자마자 홈까지 뛰었다. 포수 리얼무토는 1루를 가리켰지만 커커링의 좁은 시야에 김혜성이 들어오면서 홈에 던졌다. 포스아웃 상황이지만 이미 늦었고 악송구까지 됐다. 김혜성이 11회 보여준 스피드와 판단력이 쐐기 득점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혜성은 경기 후 ‘스포츠넷 LA’와의 라커룸 인터뷰에서 “주자로서 마지막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일단 홈까지 전력질주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맞는 순간 슬라이딩 보다는 전력으로 뛰어아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제가 경기에 많이 나가지 않지만 로스터에 있을 때 팀에 꼭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나갔을 때 어떻게든 팀이 승리할 수 있게끔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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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다저스 담당 기자 파비안 아르다야는 자신의 SNS에 “난 목숨을 걸고 뛰었다”는 김혜성의 멘트를 전했다. 김혜성은 그만큼 간절하게 전력질주했다고 강조한 것.
결정적 순간, 김혜성은 스피드로 1인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과거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주루 플레이로 흐름을 바꾸고 1인분 이상의 역할을 맡았다. 특히 과거 현역 시절,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뉴욕 양키스와의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만들어낸 ‘더 스틸’은 아직도 회자되는 포스트시즌 명장면이다. 당시 로버츠 감독의 도루로 시리즈 전적 0-3으로 뒤진 보스턴은 리버스 스윕의 발판을 만들었고 ‘밤비노의 저주’까지 깨뜨리는 발판을 만들었다.
김혜성도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스피드가 있다는 것은 정규시즌에 이미 증명했다. 이제는 김혜성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주루 플레이로 명장면을 만들어내고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