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달러(약 1억8655만 원)를 향해 랠리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11만 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암호화폐 시황 중계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11일 밤 12시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11만781달러에 거래됐다. 48시간 전(12만1327달러)보다 8.7% 하락했다. 특히 이달 6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12만6200달러대에서 1만5000달러 이상 떨어졌다. 이날(11일) 한때 11만 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더리움·리플(XRP) 등 주요 알트코인 가격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더리움은 현재(동부시간 11일 자정) 3785.1달러로 이틀 새 13% 하락했다. 리플은 같은 기간 16% 추락했다. 그 결과 레버리지를 일으켜 알트코인 상승에 베팅(롱포지션)했던 160만 명 상당의 트레이더가 강제 청산됐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24시간 만에 160만 명의 거래자가 청산돼 190억 달러(약 27조원)가 증발했다”고 말했다. 청산은 코인 가격이 급락해 증거금을 잃은 투자자의 포지션이 강제로 정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코인 트레이더로 유명한 밥 루카스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시장 급락을 “코로나급 핵폭탄”이라고 평가했다.
코인 급락을 촉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여기에 중국도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대응하면서 미·중 관세 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이는 코인 시장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미·중간 관세 전쟁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실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일(현지시간) 장중 22.44로 치솟았다. 지난 6월 19일 이후 넉 달여 만에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