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국들, 가자전쟁 중 이스라엘 비난하면서 군사협력은 강화"
미군 주도로 3년간 이란·친이란 민병대 대응 등 지역 안보현안 협의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주요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스라엘과의 군사 협력을 확대해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하고 WP가 검토한 미 중부사령부 문서에 따르면, 카타르와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6개국의 고위 군 당국자들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약 3년간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과 안보 협력 계획을 논의해왔다.
아랍 6개국은 대체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난해왔는데 한편에서는 비밀리에 이스라엘과 지역 내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들은 이란과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이스라엘·반미 무장세력 위협,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파놓은 땅굴 등과 관련한 회의와 훈련을 위해 모였다.
'이란의 위협'은 이들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게 된 주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미군 문서는 '지역 안보 구조'로 불리는 체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는데, 이 체계에는 이스라엘과 아랍권 6개국이 들어갔고 쿠웨이트와 오만은 '잠재적 파트너'로 분류됐다.
회의는 미국이 중동에서 보유한 최대규모 군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기지와 미국 켄터키주 포트 캠벨 기지 등에서 비밀리에 열렸다.
하지만 이런 협력 분위기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급 인사를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지난달 카타르 도하를 공습하면서 얼어붙었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 평화구상'을 토대로 한 1단계 휴전에 합의함에 따라 안보 협력을 논의했던 아랍 국가들은 휴전 국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앞서 20개항으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에도 지지를 보냈다.
이 구상에는 미국은 아랍 및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임시 '국제안정화군'을 구성해 가자에 즉시 배치하고 가자의 팔레스타인 경찰을 훈련·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편 가자지구 휴전 합의를 계기로 중동 지역 국가들이 단합하는 가운데 이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취약한 상황에 빠진 채 소외된 상태라고 AP통신이 지적했다.
이란은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역내 '저항의 축'을 키워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왔으나 세력 약화를 면치 못한 채 점점 더 고립되는 처지라는 것이다.
계속되는 제재 속에 이란 경제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독일의 중동·국제질서 연구소의 알리 파톨라-네자드 국장은 AP에 "가자 휴전은 2024년 이후 저항의 축 약화에 따른 이란의 역내 영향력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재우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