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밀워키 브루어스도, 앤드류 본(27)에게도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였다. 불펜으로의 보직 이동을 거부하며 트레이드를 요청한 투수 애런 시베일(30·시카고 컵스)을 주고 받아온 본이 밀워키에는 ‘복덩이’였다.
밀워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NLDS·5전3선승제) 5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3-1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5번 타자 1루수 본이 결승 홈런을 쳤다. 1-1 동점으로 맞선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컵스 우완 불펜 콜린 레아의 7구째 한가운데 몰린 시속 88.4마일(142.3km) 커터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속 104.4마일(168.0km), 발사각 23도, 비거리 383피트(116.7m) 솔로포. 이번 NLDS 5경기에서 본은 타율 2할8푼6리(1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 3볼넷 무삼진 OPS 1.126으로 활약했다. 2차전에서도 1회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밀워키의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고, 5차전 결승 홈런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MLB.com’도 ‘본의 10월 영웅담은 밀워키의 동화 같은 시즌의 최신 소식이 됐다’며 ‘2025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본은 드래프트 전체 3순위 기대치를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8개월이 흘러 본은 환경 변화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대학 최고 거포로 명성을 떨친 우타 1루수 본은 201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됐다. 계약금 722만1200달러가 그에 대한 기대치 얼마나 높은지 보여준다.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23년에는 개인 최다 2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성적이 떨어졌고, 올해는 48경기 타율 1할8푼9리(185타수 35안타) 5홈런 19타점 OPS .531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지난 5월24일 결국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실패한 유망주로 평가되며 트리플A에서 3주의 시간을 보냈고, 화이트삭스는 본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
[사진]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앤드류 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밀워키 투수 시베일과 현금을 받는 조건으로 본을 넘겼다. 우완 투수 시베일은 밀워키에서 5경기(22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4.91에 그쳤고, 6월 중순 불펜 이동 통보를 받았다. 밀워키는 유망주 제이콥 미시오로스키를 콜업하기로 결정했고, 시베일이 선발 자리를 내줘야 했다. FA를 앞두고 있던 시베일은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화이트삭스와 트레이드 카드가 맞춰졌다. 6월14일 밀워키는 본을 받고 시베일과 현금을 보냈다.
이 트레이드가 밀워키에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트리플A에서 한 달 가까이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7월8일 콜업된 본은 그날 첫 타석부터 스리런 홈런으로 화끈한 이적 신고식을 치렀다. LA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 상대로 1회 선제 스리런 홈런을 폭발하며 밀워키에서 예사롭지 않은 스타트 끊은 본은 이적 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64경기 타율 3할8리(221타수 68안타) 9홈런 46타점 OPS .869로 잠재력을 폭발했다. 시즌 전체 성적도 112경기 타율 2할5푼4리(406타수 103안타) 14홈런 65타점 OPS .719.
NLDS 5차전 경기 후 수훈 선수로 공식 인터뷰에 나선 본은 “시즌 초반만 해도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믿기 힘든 여정이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 팀과 함께할 기회를 얻은 게 솔직히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며 이적 후 밀워키의 연락을 받고 받았던 메시지를 떠올리며 “‘자유롭게, 네 모습 그대로 경기를 즐기면 된다. 중요한 것은 스트라이크를 치고, 볼을 참는 것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밀워키 앤드류 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을 데려온 맷 아놀드 밀워키 단장은 “그는 우리 팀 철학에 잘 맞는 선수다. 시련을 겪고, 실패도 했지만 그런 선수가 여기 와서 팀을 이끄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고 치켜세웠다. 팻 머피 밀워키 감독은 “처음 본을 만나서 별 말 안 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쫓기 시작하면 트리플A로 돌아간다는 말만 했다”고 떠올렸다. 실제 본은 이적 후 삼진율(22.3%→14.6%)을 낮추고, 볼넷율(3.6%→9.4%)을 높이며 선구안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본을 영입한 밀워키가 NL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NLCS까지 진출한 반면 본을 내보낸 화이트삭스는 2년 연속 AL 중부지구 5위 꼴찌로 시즌을 마쳤다. 밀워키로부터 받은 시베일은 13경기(67이닝) 2승7패 평균자책점 5.37로 부진했고, 8월말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컵스로 이적했다. 화이트삭스로선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장사. 여러모로 땅을 치고 후회할 트레이드다.
밀워키 입장에선 본의 활약뿐만 아니라 미시오로스키의 발견까지 일거양득의 트레이드였다. 시베일을 내보내며 선발로 올린 미시오로스키가 데뷔 3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며 선발진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시즌 막판에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15경기(66이닝) 5승3패 평균자책점 4.36으로 활약한 미시오로스키는 NLDS에서도 2차전 3이닝 무실점, 5차전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NLDS 2승 평균자책점 1.29로 밀워키의 시리즈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email protected]
[사진] 밀워키 제이콥 미시오로스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애런 시베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