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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종주국’ 美 뚫었다…주가도 고공행진

중앙일보

2025.10.1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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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3월 창원 본사에서 초대형 가스터빈 정격부하 성능시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종주국' 미국에 국산 가스터빈을 수출한다. 국내에서 상용화한 가스터빈을 해외에 수출하는 첫 사례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13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38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 2기를 내년 말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계약 상대와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국내 산학연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며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1만5000시간 실증에 성공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이번 계약까지 총 8기의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그동안 한국서부발전 등 국내 발전소를 대상으로 가스터빈을 공급해왔다.

발전용 가스터빈이란 압축된 공기와 연료를 혼합·연소시켜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내연기관이다. 설계가 복잡해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박지원 회장 주도로 총 1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기술력을 확보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한 것도 두산에너빌리티에 기회로 작용했다. 세계 각지의 데이터센터는 기존 전력망으로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 자체적인 전력 공급을 모색 중이다. 가스터빈은 건설기간, 공급 안정성, 가동 기간, 효율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주목받는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가스발전 시장(누적 설치 기준)은 지난해 2067기가와트(GW)에서 2040년 2712GW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존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의 3강 구도였는데, 수요가 늘어나면서 후발 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자 위주 시장이었던 가스터빈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뛰어들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서비스 편의성에도 집중하며 공략 중”이라고 말했다.

가스터빈은 신규 공급뿐 아니라 유지 보수 등 서비스의 중요성도 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휴스턴에 있는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 DTS와의 시너지를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할 방침이다. 향후 미 시장에 공급하는 가스터빈의 정비 서비스는 DTS가 수행한다.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이 가스터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뜻깊은 전환점”이라며 “품질과 납기를 철저히 지켜 고객 신뢰에 보답하고, 미국 등 해외 시장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 제품.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이날 계약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보다 4.16% 오른 7만7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주가는 장중 7만8500원까지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들어 잇따라 대형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6월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회사 측은 올해 체코 원전 관련 수주액을 3조8000억원으로 잡아놨는데, 증권가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계약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체코 원전과 가스터빈 등 수주 모멘텀이 4분기에 집중돼 있다”며 “APEC을 기점으로 팀코리아의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관련 구체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며 목표주가 10만원을 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 파운드리 회사로서 엑스에너지·뉴스케일파워·테라파워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요 파트너사들의 SMR 건설 관련 업무협약이 속속 체결되고 있다”라며 “SMR과 원전 기자재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선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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