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같은 강팀과 평가전을 치러야 하는 건 우리의 단점이 많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상대가 득점하지 못해 가려진 경우가 있었지만, 브라질은 우리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지금 단점이 드러나지 않으면 월드컵 때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홍명보(56)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파라과이와의 국가대표 평가전(A매치,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하루 앞두고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가전은 내년 북중미월드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10일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0-5로 완패했다. 스리백 수비 전술을 썼는데,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 간격이 벌어진 데다 압박도 잘 안 되었고 실수도 잦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감독은 “자꾸 스리백과 포백을 말씀하시는데,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를 포백으로 치렀고, 동아시아컵 3경기는 스리백으로 치르며 플랜B를 준비했다. 이후 유럽파 (수비) 선수들이 가세해 스리백으로 3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파라과이전에서도 로테이션과 조합과 포지션을 수정하면서 전술 실험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1년 앞둔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이어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체코에 또 한 번 0-5로 졌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이라는 조롱까지 당했다. 한국은 이듬해 월드컵 본선에서 4강 신화를 썼다.
당시에는 선수로서, 현재는 지도자로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홍 감독은 “그때도 많은 패배가 있었다. 명확한 목표 의식이 있으면 밀고 나가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 해본 것도 아니고, 경험을 토대로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은 팬들을 향해 “홍 감독은 우리 보스”라며 비판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브라질전 이후 홍 감독을 향한 야유가 이어졌다. 홍 감독은 이와 관련해 “저는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파라과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로 한국(23위)보다 낮다. 그래도 북중미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는 이변도 연출했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도 승리하면서 본선에 진출했다. 파라과이는 남미예선 18경기에서 10골만 내줬다.
홍 감독은 “수비조직력이 좋고 포백과 미드필더 2명이 끈끈하다. 좋은 개인기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까다로운 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일본과 평가전에서 2-2로 비긴 파라과이에서는 1골씩 기록한 2선 공격수 디에고 고메스와 미겔 알미론이 경계 대상이다. 브라이튼(잉글랜드) 소속인 고메스는 브라질전 1-0 승리 당시 원더골 주인공이다. 뉴캐슬(잉글랜드) 출신 알미론(애틀랜타)은 2022년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파라과이전 결과에 따라 다음 달FIFA 랭킹이 달라지는데, 그에 따라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한국이 포함되는 포트(그룹)가 바뀔 수도 있다. 홍 감독은 “(파라과이전은) 꼭 승리해야 되는 경기다. 테스트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중요하다”며 “월드컵 무대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그다음에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경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성(마인츠)은 “지난 브라질전에 궂은 날씨에도 많은 기대를 품고 오신 팬분들께 죄송하다. 파라과이전은 팬들에게 재미있고 좋은 결과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질전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친구들에게 큰 교훈이 됐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본선에서 강팀과 좋은 선수를 만나면 일대일로 막을지 지역적으로 협력할지 서로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파라과이 미드필더 다미안 보바디야(상파울루)는 “한국에는 LAFC의 손흥민, 밸런스가 좋은 이강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모든 포지션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