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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광주시민도 캄보디아서 연락 두절…전국 각지서 실종 신고

중앙일보

2025.10.13 01:49 2025.10.1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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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 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쳐=뉴스1
최근 캄보디아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에 따른 심장마비로 숨진 사건이 알려진 후 “동남아로 출국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는 실종 및 실종 의심 신고가 전국 각지에서 접수되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13일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출국한 20대 2명의 가족으로부터 각각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며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태국으로 출국한 A씨(20·광주 광산구)가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지난 8월 20일 접수됐다. A씨는 “돈을 벌어 오겠다”며 출국한 뒤 지난 8월 10일 가족에게 “살려달라”고 연락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A씨 가족은 경찰에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으나, 목소리는 확실히 A씨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마지막 위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 조직에 의해 캄보디아에 억류됐을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태국으로 출국한) A씨가 캄보디아로 이동한 공식 기록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수사 기법이나 인물 특정 등의 이유로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기 어렵지만, 추적 단서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또 지난 4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B씨(24)의 가족이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지난 8월 신고했다. 평소 가족과 연락이 뜸했던 B씨는 과거에도 동남아 등으로 자주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경찰은 A씨를 비롯해 총 3건의 캄보디아 관련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외교부에 재외국인 체류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한편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범죄와의 연관성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 승진 ·수사무마 청탁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지검이 지난 10일 청탁 사건 증거 수집을 위해 광주경찰청과 북부경찰서, 광산경찰서 첨단지구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광주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경북 상주에서는 캄보디아로 출국한 30대 남성이 해외 범죄조직에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C씨(30대)와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 신고가 지난 8월 22일 접수됐다.

C씨는 출국 닷새 뒤인 지난 8월 24일 텔레그램 영상 통화를 통해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가족에게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최근 C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그가 차용증 내용을 적은 노트를 들고 있는 사진도 올라왔다. C씨 가족은 발신 번호가 확인되지 않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서는 20대 남성이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됐다가 수천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주고 풀려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신원불상자로부터 D씨(20대)를 데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가족 신고가 지난 7월 9일 접수됐다.


이후 D씨는 경찰이 현지 공조 수사를 요청한 이후인 지난 8월 10일 귀국했다. D씨 부모는 경찰에서 “몸값으로 35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받았고, 이를 지불해 풀려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파악한 제주 지역 캄보디아 관련 사건은 감금 2건, 협박 1건 등 3건이다.

경남에서는 지난 7월 20대 남녀 2명과 20대 남성 1명이 고수익 알바 등에 속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감금된 뒤 풀려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중 남녀 2명은 가족이 범죄 조직에 16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준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나머지 남성 1명은 야밤에 자신이 갇힌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탈출, 한국 대사관과 접촉한 끝에 귀국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스캠' 범죄조직과 전쟁에 나선 캄보디아 당국 합동단속반이 지난 8월 캄폿주에서 펼친 단속 작전에서 체포한 중국인들을 현지 크메르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진 크메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충북에서도 “20대 남성 3명이 캄보디아에 감금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아들이 동갑인 남성 지인 2명과 함께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다가 ‘프놈펜의 한 건물에서 감시를 받고 있다’라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해왔다”는 신고가 지난 9일 접수됐다.


이들은 지난 8월 6일 캄보디아로 출국했으며, 동행한 지인 2명의 정확한 신원과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출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실종자로 등록하고 캄보디아 경찰 당국에 공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20대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경찰에 의해 소재가 파악됐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난 동생이 손가락이 잘린 사진을 보내는 등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는 내용의 실종 신고가 지난 3월 접수됐다.


경찰은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통해 해당 여성의 안전을 확인한 뒤 범죄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해당 여성은 현지 영사와의 면담에서 “폭죽놀이를 하다 손가락을 다쳤다”고 했다. 전북경찰은 “올해 현재까지 캄보디아 내 실종·납치 의심 신고가 6건 접수됐지만, 모두 가족과 연락되거나 현지 영사가 직접 당사자를 만나 안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찰은 강원도 원주와 대전, 대구 등에서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후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국에 비해 경찰 간 협조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외교부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를 비롯해 경찰 영사 확대 배치, 국제 공조수사 인력 보강 등을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건을 가장 빠르게 수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규.김준희.김정석.최종권.최충일.박진호.백경서.신진호.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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