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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담금질, 30세 이승택 PGA 투어 올라간다

중앙일보

2025.10.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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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30·사진)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프렌치릭 리조트 피트 다이 코스에서 열린 콘페리 투어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2언더파로 공동 24위에 올랐다. 콘페리 투어 시즌 랭킹 13위가 된 그는 상위 20명에게 주어지는 내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을 땄다. 그는 “워낙 함정이 많은 어려운 코스라 조심했는데, 마지막 날 자신감을 갖고 경기했더니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김성현과 함께 내년 PGA 투어 무대를 누빈다.

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고령 루키는 만 35세에 Q스쿨을 통과한 양용은이었다. 이승택은 두 번째로 늦은 30세에 PGA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올해 콘페리 투어에서 PGA 투어로 승격한 선수 중에도 최고령 루키다. 지난해까지 상위 30명에게 PGA 투어 출전권을 부여한 콘페리투어는 올해 20명으로 33% 축소했다. 그럼에도 첫해에 합격했다. 동갑내기 김시우가 2012년 역대 최연소로 PGA 투어 Q스쿨에 합격할 때 그는 아마추어였다. 그는 “부럽기도 했고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도 했지만, 시우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승택의 여정에는 사연이 많다. 그는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했다. 2017년 K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12언더파 60타를 기록했고 아시안 투어 Q스쿨 수석 합격도 이뤘다. 2019년에는 KPGA 투어 한 시즌 최다 버디 기록도 세웠다. 좋은 추억만큼이나 아픈 상처도 많았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져 “우승 없이 선수 생활을 끝낼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되돌아보면 기술이 부족해서였는데, 자책하다 보니 더 꼬여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이승택은 10년 만의 첫 우승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우승하지 못했어도 PGA 투어에 도전했을 거라고 한다. ‘불곰’이라는 별명처럼 의지가 강하다. 그는 “PGA 투어는 어릴 때부터 꿈이니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임성재가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 없이 PGA 투어에 갔는데 성공했고, 이후 한국에서 뛸 때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경기하는 걸 보고 나도 가서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에서 열린 콘페리 투어 대회장에서 이승택을 만났다. 표정이 너무나 밝았다. 당시 그는 “여기는 좋은 게 너무 많아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더 젊고 힘 좋을 때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이 가장 젊다”며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소문난 효자다. 그는 “아버지께서 ‘비용 생각하지 말고 꼭 도전해보라’고 응원해주셨다. 3년간 캐디를 해주신 아버지가 PGA 투어에서 경기하는 내 모습을 보시면 뿌듯해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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