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 LAFC)을 앞세운 한국 축구대표팀이 가나와의 리턴 매치를 준비한다. 월드컵 예행연습 성격의 11월 A매치에서 양 팀이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12일(한국시간) “일본 대표팀이 11월 14일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맞붙는다”고 보도했다. 이어 “가나는 이번 아시아 원정에서 일본과 한국을 모두 상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나 매체 ‘가나 사커넷’도 이를 공식화했다. “블랙 스타즈(가나 대표팀 애칭)는 11월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며 일본, 한국과 잇따라 친선경기를 치른다. 이는 아시아의 두 강호를 상대로 한 짜릿한 2연전이 될 것”이라며 “오토 아도 감독이 이끄는 가나는 14일 일본전을 마친 뒤 17일 서울에서 한국과 맞붙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즉, 가나는 일본을 먼저 상대한 뒤 한국으로 넘어와 경기를 치른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나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3년 만에 성사되는 리턴 매치다. 한국 입장에선 ‘빚을 갚을 기회’다.
3년 전 카타르 알 라이얀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은 가나에 2-3으로 패했다. 조규성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기적적인 추격을 펼쳤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다만 그때 가나가 마지막 경기에서 우루과이를 2-0으로 꺾으며 한국의 16강행을 돕는 ‘역설적 조력자’가 되기도 했다. 손흥민의 눈물과 조규성의 분투, 그리고 ‘알 라이얀의 기적’은 지금도 팬들에게 생생하다.
이제 무대는 서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9월 미국 원정을 통해 월드컵 체제의 본격적인 첫 단추를 꿰었다. 멕시코를 2-1로 꺾고, 미국과는 1-1로 비기며 희망적인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전에서는 0-5로 완패, 여전히 세계와의 격차를 절감했다.
홍명보호의 과제는 분명하다. 11월 A매치 상대가 볼리비아와 가나로 윤곽을 드러내며, 남은 일정은 실질적인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가나전 승리는 단순한 복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월드컵 전 최종 모의고사이자 홍명보호의 방향성을 검증받는 시험대다.
가나는 만만치 않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8승 1무 1패로 I조 1위를 차지하며 본선행을 확정했다. 아프리카에서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에 이어 다섯 번째로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통산 다섯 번째이자 2회 연속 진출이다.
특히 토트넘의 에이스 모하메드 쿠두스가 절정의 폼을 자랑한다. 코모로와의 최종전에서 그는 토마스 파티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뜨리며 가나를 본선으로 이끌었다. 쿠두스 외에도 레스터 시티의 조던 아이유, 아스널 수비수 살리수 등 유럽파가 대거 포진돼 있다.
가나는 단단한 피지컬과 속도로 무장한 팀이다. 3년 전 경기에서도 한국 수비는 쿠두스와 아이유 형제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으로선 그때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술적 대비가 절실하다. 스리백 실험을 이어갈지, 혹은 안정적인 포백으로 돌아올지가 최대 변수다.
이번 매치업은 월드컵 시뮬레이션으로도 중요하다. 가나는 이미 본선에 합류했고, 한국도 AFC 예선에서 사실상 진출을 확정지었다. 두 팀 모두 내년 초부터 월드컵 전지훈련 모드에 돌입하기에, 이번 A매치는 실전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가나 사커넷’은 “이번 아시아 투어는 가나가 팀의 전술적 정비와 선수 실험을 병행할 절호의 기회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월드컵 진출국이자 아시아 최강팀이다. 이런 강호들과의 맞대결은 가나의 전력 점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전의 완패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고, 손흥민과 이강인 중심의 공격 조합을 재정비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패배에서 배운다”는 말을 반복하며, 가나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손흥민에게도 이번 경기는 각별하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그는 안와골절 부상을 안고 출전해 가나전에서 고통 속에 뛰었다. 이제 완전한 몸으로, 또 다른 무대에서 복수의 기회를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