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LA 다저스는 어떻게 역대급 본헤드플레이를 저지르고도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따낼 수 있었을까.
LA 다저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2-1 신승을 거뒀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한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2승 무패로 따돌린 뒤 디비전시리즈에서 동부지구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만나 3승 1패로 챔피언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중부지구 1위 밀워키는 디비전시리즈에 직행,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 ‘언더독’ 시카고 컵스를 제압했다. 1차전 기선제압의 주인공은 다저스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경기 후 “밀워키가 잡을 수도 있었던 경기, 하지만 결국 다저스가 승리했다”라며 “다저스는 4회 만루 찬스에서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미친 더블플레이 중 하나를 당하며 기회를 날렸다. 경기 초반에는 안타조차 치지 못했다. 그리고 9회 밀워키의 마지막 반격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럼에도 승자는 다저스였다”라고 총평했다.
MLB.com이 언급한 미친 더블플레이는 0-0이던 4회초에 발생했다.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볼넷, 윌 스미스와 토미 에드먼이 연속 안타로 1사 만루 밥상을 차렸다. 이어 맥스 먼시가 중앙 담장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고, 밀워키 중견수 살 프렐릭이 몸을 날렸지만, 타구가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튀어나와 담장을 맞고 다시 글러브에 들어가며 인플레이 타구가 됐다.
[사진] 블레이크 스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저스 주자들은 타구가 뜬공 아웃이라고 판단했는지 돌연 일제히 귀루했고, 3루주자 에르난데스는 뒤늦은 태그업을 통해 홈을 노렸다. 그러나 중견수-유격수-포수로 이어지는 밀워키의 완벽한 중계플레이에 홈에서 포스아웃을 당했다. 이어 밀워키 포수 윌리엄 콘트라레스가 3루로 달려가 베이스를 밟으며 2루주자 윌 스미스마저 포스아웃을 당했다. 허무한 이닝 종료였다.
MLB.com은 “밀워키가 더블플레이를 완성한 순간 경기장이 환호로 뒤덮였다. 분위기는 완전히 밀워키 쪽으로 기울었다. 혼란의 4회 희극 같았던 만루 더블플레이였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 블레이크 스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럼에도 승리는 다저스의 차지였다. 선발로 나선 블레이크 스넬이 8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 103구 명품투로 밀워키 타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스넬은 2025시즌에 앞서 5년 총액 1억8200만 달러(약 2596억 원) 초대형 계약을 통해 다저스맨이 됐는데 가을 무대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MLB.com은 “스넬은 17명의 밀워키 타자를 연달아 아웃시키며 8이닝 동안 최소 타자(24명)를 상대했다. 이는 1956년 돈 라슨의 월드시리즈 퍼펙트게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8이닝 동안 최소 타자를 상대한 기록이었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밀워키 포수 콘트라레스도 “스넬이 어떤 투수인지 다들 알고 있다. 오늘은 그가 정말 완벽한 날을 보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사진] 블레이크 스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과적으로 1차전은 스넬의, 스넬에 의한, 스넬을 위한 경기였다. MLB.com은 “다저스가 강한 이유는 돈 때문만은 아니다. 스넬은 시즌 절반 이상을 어깨 부상으로 쉬었다. 하지만 그는 10월을 위해 천천히 복귀한다는 계획 아래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지금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 스넬은 다저스라는 파워하우스의 핵심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라고 평가했다.
스넬은 “포스트시즌에서 지배적인 투구를 하면 그 누구도 뭐라할 수 없다. 그게 최고의 기분이다.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이니까 그렇다”라고 자부심에 가득 찬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