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성과 연동 주식 보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목표로 정한 성과를 달성하면 직원들에게 3년 뒤 자사주를 더 지급하는 식의 성과 조건부 보상이다. 기업가치를 올려 직원 보상과 주주 가치를 함께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회장의 성과 중심 경영 철학이 구체화됐다는 평가다.
14일 삼성전자는 사내 공지를 통해 ‘성과 연동 주식 보상’(PSU·Performance Stock Units)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는 사업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인 ‘초과이익성과급’(OPI)과 기본급 최대 100%인 ‘목표달성장려금’(TAI)을 현금 형태로 지급해왔는데, PSU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자사주)을 지급하는 보상이다. 기존 현금 성과급에 PSU가 추가되는 것.
삼성 내부에선 이재용 회장의 지시에 따라 장기간 PSU 제도를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1년간의 단기 성과를 보상하는 OPI와 달리 PSU는 회사의 미래 성과와 연동해 주식으로 보상하는 선진형 보상 방식”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성과가 직원에게 더 큰 보상으로 돌아가는 성과급 제도를 통해 회사의 성장에 대한 임직원 동기부여를 더 확실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등 일부 기업이 도입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보상이 재직 기간이나 주식 보유 기간 등의 조건을 채워야 매도할 수 있는 방식인 반면, 삼성전자가 도입한 PSU는 지급후 3년간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직원이 받는 주식 수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목표 달성시 보상 규모가 RSU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예컨대 기준주가 8만5000원일 때 ‘200주 지급 및 3년 뒤 주가 2배 상승시 지급 주식 수 2배’로 약정했다면, 현재 받은 보상의 가치는 1700만원이지만 3년 뒤 주가가 17만원으로 2배 오르면 받는 주식도 2배로 늘어 6800만원 상당의 400주를 지급 받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사원·대리급(CL1~2)에게 200주, 과장·차장·부장급(CL3~4)에게 300주의 자사주 지급을 약정할 예정이다. 이후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른 지급배수를 적용해 최종 지급 주식 수를 확정하고 2028년부터 3년간 나눠 지급한다. 지급배수는 15일 기준주가의 3년 뒤 상승률에 따라 ▶20% 미만 시 0배 ▶20 ~40% 0.5배 ▶40 ~ 60% 1배 ▶60 ~ 80% 1.3배 ▶80 ~ 100% 1.7배 ▶100% 이상 2배가 적용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약정에 적용될 PSU 기준주가는 약 8만5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은 매년 성과급 문제로 갈등을 지속해 왔다. 그러다 역대 최고 실적을 낸 SK하이닉스가 올해 노조의 요구대로 ‘연간 영업이익 10%를 전액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기준을 적용해 1인당 평균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확정하면서 삼성전자 내 성과급 불만이 다시 점화됐다.
삼성전자 노조 측은 PSU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날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측은 “회사의 중장기적 성과를 직원과 함께하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실질적인 보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3년간 주가 상승률이 20% 미만이면 지급 배수가 0배라, 자사주를 못 받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 노조 관계자는 “기존 성과급 제도의 불투명한 지급 기준을 개선하고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경영학회장)은 “한국에서는 직원들이 주식보다 즉시 손에 잡히는 현금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기업은 핵심 인재를 붙잡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면서도 직원의 이해와 주주의 이해를 일치할 수 있는 주식 연계형 보상 체계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