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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대통령에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욕설∙고성 과방위 파행

중앙일보

2025.10.14 03:31 2025.10.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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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한 사람한테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 생각했다”며 “이 정부에선 비상식이 뉴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이날 출석한 이 전 위원장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수사 중 출석 불응 등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법원이 체포적부심을 인용하며 이틀 만에 석방됐다. 이 전 위원장은 “면직되고 이틀 뒤에, 정확하게는 하루 만에 수갑까지 채워서 압송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범주”라며 “수갑을 또 채울 수는 없겠지만 대통령한테 한 번 밉보이면 당신들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특검의 조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 공무원 이야기를 꺼내면서는 “저도 고통을 당했지만, 얼마나 강압적인 조사에 시달렸으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위원장의 체포를 “공개 숙청이자 공포 정치”라고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그날의 이진숙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바쳐진 추석 제물이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게 대들면 이진숙처럼 된다고 전 국민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6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다.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

이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와 관련해서도 “국가 정보가 다 파괴돼 우체국 배달까지 중단되는 상황에 대통령이 예능에 출연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방통위 여름휴가 일정 중 휴가를 신청했는데, 그때는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진숙이 재난 중에 휴가를 신청해 반려했다’고 브리핑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문자. 국회방송 유튜브 캡쳐

이날 과방위 국정감사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김우영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욕설 문자가 공개되며 파행을 빚었다. 김 의원은 “제가 12·12 쿠데타를 규탄하는 발언을 했고, 이재명 정부를 독재라고 얘기하신 특정 의원과 연관된 사람의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당사자가 저에게 개인적으로 이런 문자를 보냈다”며 박 의원이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달 5일 오후 8시37분 김 의원에게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고 보냈다. 김 의원은 “저런 사람이 오늘(14일) 김일성 추종 세력과 대통령실이 연계됐다는 허위 사실을 발표했다”며 “국회의원이라면 가져야 하는 기본 소양조차도 어긋난 사람이다”고 직격했다. 이에 박 의원이 “너 진짜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보낸 걸 여기서. 너 나가”라고 맞받으며 고성이 오갔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중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문자메시지 공개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이 공개한 메시지에 박 의원의 전화번호가 노출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아무리 그래도 전화번호를 공개하느냐”(이상휘 의원), “개딸들이 좌표를 찍었을 것”(박충권 의원)이라고 반발했다.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자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를 선포한 뒤에도 충돌이 이어져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일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을 통과시켜 제가 항의했다. 정회된 상황에서 김 의원이 제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며 “또 김 의원이 저희가 회의하는 곳에 전화하며 들어와 나가달라고 얘기했더니 욕하며 제 멱살을 잡았다”고 했다. 이어 “다음날 상임위에서 제 가족 관련 영상을 틀었길래 밤에 ‘찌질한 놈아’ 문자를 보냈고, 김 의원도 ‘이 찌질한 새끼야’라고 답장했다”고 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앞에서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가운데)이 과방위 국감 중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공개한 자신의 문자 메시지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최 위원장이 박 의원에게 퇴장을 명령하자 여야는 다시 갈등을 빚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 조치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버텼다. 최 위원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과방위 회의장 안에서 쌍욕을 한 국힘 의원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끌어내라’며 안 나간다”며 “이게 국힘 수준이다”고 썼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 노출한 김 의원의 행위는 실정법 위반이며, 국회의원 면책특권 범위에도 벗어난 범죄 행위”라며 “김 의원에 대한 형사 고발과 국회 윤리위 제소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개편되는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도마에 올랐다.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의 사회적 책임 회피를 새롭게 설립된 방미통위가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YTN이 유진기업에 매각된 것을 두고 “김건희 씨의 복수심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복수해야지 안되겠네”라는 김건희 여사의 육성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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