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융녠 홍콩중문대 교수 "美, 전면적이고 전례없는 변화 중"
"트럼프, 파시스트 지적도…파시즘이 수단 또는 목표인지는 몰라"
中정부 고문 "트럼프식 변혁, 고르바초프 개혁 조치와 유사"
정융녠 홍콩중문대 교수 "美, 전면적이고 전례없는 변화 중"
"트럼프, 파시스트 지적도…파시즘이 수단 또는 목표인지는 몰라"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미국에서 과거 동유럽과 소련 붕괴를 초래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개혁 조치와 유사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 고문으로 한때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 책사로도 불렸던 홍콩중문대학 선전캠퍼스 공공정책학원의 정융녠 원장이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SCMP는 정 원장이 홍콩중문대와 제휴한 소셜미디어 계정인 '그레이터 베이 에어리어 리뷰'에 게재한 글을 인용해 전했다.
우선 정 원장은 "미국이 전면적이고 전례 없는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트럼프식 변혁(Trumpian transformation)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냉전 이후 미국에서 고조되는 이런 깊은 구조적 긴장은 급진적 개혁이나 그보다 더 급진적인 혁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혁명이 통제된 방식으로 전개될지 아니면 진정한 혁명으로 발전할지, 그렇지 않고 중도에 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혁명은 매우 깊고 오묘해야(profound) 하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그러면서 "주요 강대국의 붕괴가 역사적으로 1991년 소련 해체, 동유럽 정치 체제 변화, 바르샤바 조약기구 붕괴, 그리고 탈냉전 시대 도래라는 네 가지 질서를 재편했다"며 "'고르바초프의 변혁'이 이를 촉발했다"고 짚었다.
그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1985년 당시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고 정치체제를 정비할 목적으로 급진적 개혁을 도입했으나 그런 조치가 의도치 않게 소련 해체를 가속했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트럼프식 변혁과 대비시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 근간인 정당 정치를 변화시켰다"며 "특히 포퓰리즘을 통해 공화당을 재편했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어떤 합의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그동안 미국식 민주주의를 장려하고 확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이후) 그 역할에서 물러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전례 없이 후퇴하고 있다"도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 자체에 거의 관심이 없을뿐더러 이를 수출하는 데도 그렇다"며 미 정부의 인도적 지원 조정 기관인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폐지 움직임을 그 사례로 들었다.
정 원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헌법적 통치의 핵심인 권력 분립과 균형 원칙을 크게 훼손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에 압력을 가하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헌법을 보면 (지방정부인) 주(州)에 대한 연방정부의 권한은 제한적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이끄는 주를 표적 삼아 군대를 배치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는 개인적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깊은 사회적 뿌리'를 둔 구조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재자'로 볼 수 있으며, 누가 해도 해야 했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에서 미국을 철수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신흥 강대국들이 서로 경쟁하는 '봉건화'를 가속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런 궤적이 다극 체제를 낳을 수 있지만, 국제 질서 봉건화의 본질은 지역 및 세계적 갈등과 전쟁 가능성을 매우 높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도 (각각 소련과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기를 원했지만 둘이 직면한 문제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고르바초프 개혁은 소련의 침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었으나, 오히려 급진적 개혁이 궁극적으로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로 이어졌다"면서 "그러나 현재 미국은 소련처럼 경제 또는 기술적 침체에 직면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와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경제와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지속되고 있다"며 "트럼프식 개혁은 미국의 자본주의적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로 하고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미국의 상부구조와 생산 양식"이라고 강조했다.
마르크스 이론상 하부구조는 경제적 기반(생산력과 생산관계)을, 상부구조는 정치·법률·종교·문화 등을 일컫는다.
정 원장은 "일부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파시스트'라고 부르지만, 현재로선 그 파시즘이 수단일지 목표일지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