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암살된 청년 보수단체 운동가 찰리 커크에게 14일(현지시간) 미국 최고의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사후 수여하며 급진 좌파 척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커크의 죽음을 ‘자유를 위한 순교’로 상징화하며 마가(MAGAㆍ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하고 트럼피즘의 확산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찰리 커크의 생일을 맞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자유의 메달 수여식에서 “우리는 자유를 위한 두려움 없는 전사, 다음 세대를 고무시킨 사랑받는 지도자, 그리고 가장 깊은 신념과 최고의 품격, 가장 뛰어난 자질을 지닌 위대한 애국자 찰리 커크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커크 예찬은 약 30분간 이어진 연설 내내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를 소크라테스, 성 베드로,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터 킹 주니어에 비유하며 “진실과 자유를 위한 순교자”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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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는 진실과 자유 위한 순교자” 예찬
군 관계자가 대독한 자유의 메달 수훈 사유서에는 “찰리 커크는 전국을 누비며 건국 이념에 대한 존중 회복, 국가 정체성 재각성, 종교적 헌신의 재점화를 위한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논객이자 소통가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의 서른두 번째 생일인 이날을 ‘찰리 커크 추모의 날’로 선언하는 포고문에 서명하기도 했다.
커크를 대신해 메달을 받은 부인 에리카는 “찰리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자유에 대한 헌신을 항상 존경해 왔으며 이는 두 분이 공유한 가치였다”며 “찰리가 평생을 바친 일을 지지해 주신 것은 제가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커크는 2012년 청년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창설하고 지난해 대선에서 보수 청년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 진영 내 많은 추종자를 둔 ‘보수 청년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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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비판 글 올린 외국인 6명 비자 취소
그런 커크가 지난달 10일 유타 밸리대학교 행사에서 연설하던 중 총격을 받아 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추모식에서 “미국의 위대한 영웅을 잃었다”고 애도를 표했고, 국가 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국무부가 14일 커크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아르헨티나 등 6명의 외국인 비자를 취소했다며 이들의 해당 게시물을 공개한 일도 있었다.
‘대통령 자유의 메달’은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등급의 훈장으로 자유,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예술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미국의 가치와 이상을 실현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인물에 수여된다. 대통령 전권으로 수상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당대의 대통령이 강조하는 가치가 그대로 투영되며 각 행정부가 추구하는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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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 좌파 폭력 용납 안돼” 강경 의지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며 국가적 영웅 반열에 올려놓고 이를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듯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극좌로 규정한 반대 세력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급진 좌파의 폭력, 극단주의, 테러를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악마의 이념을 품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좌파는 특히 극도로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며 자신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을 겨냥한 총격 사례를 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 암살 사건을 계기로 반(反)파시즘을 표방하는 좌파 운동인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모 연설에서 급진 좌파 단체에 파상공세를 퍼부은 뒤 “우리는 도시들이 안전하지 못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워싱턴 DC, 시카고, 멤피스 등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도시에 대한 주 방위군 투입 조치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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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 이데올로기 성역화 시도” 비판
커크는 보수 진영에서 ‘자유의 전사’로 통하지만 인종, 성소수자(LGBTQ+), 트랜스젠더 권리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이나 극우 성향 담론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최고 훈장을 수여하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일각에서는 ‘마가 이데올로기의 성역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AP통신은 “커크의 정치적 입장은 종종 분열적이었다”면서 “트럼프의 허위 주장을 반복하며,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해 인종적 불의에 대한 전국적 논쟁을 촉발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쓰레기(scumbag)’라고 칭했다”고 짚었다.
메달 수여식에는 JD 밴스 부통령, 마이크 존스 하원의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행정부과 공화당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밀레이 대통령과 가진 확대 오찬에서 밀레이 대통령을 두고 “진정한 마가다.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