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영수(46)씨는 올겨울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했으나 최근 잇따른 캄보디아 납치 사건 뉴스를 접하고는 마음을 바꿨다. 박씨는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범죄 세력이 옮기고 있단 얘기를 들었다”며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가는데 아무래도 안전이 걱정돼 차라리 제주도나 일본에 가려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태국·베트남·라오스 등 인접한 동남아 국가 전반에 대한 공포가 퍼지며 여행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동남아 여행을 예정했던 여행객들이 줄줄이 여행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친구들과 골프 여행을 가려 했던 50대 손모씨도 “취소 수수료가 아깝지만, 당분간 캄보디아는 가기 꺼려져 어쩔 수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남아 여행지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아이와 앙코르와트에 함께 가서 역사 공부를 하려 했는데 당분간 포기해야겠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10월에 아기 데리고 가족들과 베트남 푸꾸옥 여행을 예약했는데, 베트남에서도 납치됐다니 취소 수수료 물어서라도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다” “내년 1월에 라오스 출국 예정인데 다들 취소하니 가도 되는 건지 너무 걱정된다” 등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수도 프놈펜을 비롯해 시아누크빌·캄폿주보코산 지역 등 11개 지역에 기존 2단계 ‘여행자제’에서 상향된 2.5단계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주길 바란다”고 안내하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도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한 봉사·사절단을 조기 복귀시키거나 파견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1일부터 캄보디아에 가 있는 ‘청년기후특사단’ 34명을 활동이 종료 예정인 28일보다 일찍 복귀시키기로 결정하고 항공권을 알아보는 등 조처를 하고 있다. 기후특사단은 개발도상국의 기후 격차 문제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 거주 19~39세 청년들로 구성된 민간사절단이다. 현지에서 나무 심기나 환경 정비, 환경 교육, 기후 행동 캠페인, 문화 교류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수원시도 자매결연 도시인 캄보디아 시엠립으로 매년 보내던 봉사단을 올해는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도 내년 2월 캄보디아에 해외봉사단을 보내려던 일정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천시도 오는 12월 캄보디아 현지로 파견할 계획이었던 ‘인천 청년 글로벌 의료봉사단’ 모집을 잠정 중단했다.
여행업계에서는 “당분간 신규 유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캄보디아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한 소규모 여행사에서는 “12월~2월이 성수기라 예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뉴스가 나오고 난 지난주 이후 한 건도 추가 예약이 없다”며 “이미 예약한 고객들에게도 ‘현지 상황이 어떠냐, 지금 가도 괜찮냐’는 문의가 오고 있는데, 관광지는 안전하다고 안내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대형 여행사들도 ‘동남아 공포’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캄보디아를 제외한 동남아 여행 상품 예약 건수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패키지 특성상 당연히 안전한 곳으로만 이동하지만, 관광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이드가 이동 중간마다 안전사고 유의사항을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