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클라우드(온라인 저장 시스템)인 G드라이브가 소실된 뒤에도 자택에 머물며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사혁신처는 직원들의 모든 업무용 개인자료를 G드라이브에 저장하도록 해 이번 화재로 7~8년치 자료가 소실되는 등 업무 타격이 가장 큰 곳으로 지목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 처장에게 “G드라이브가 소실돼 복구가 안 된다는 사실을 언제 보고받았느냐”고 물었다. 윤 의원은 최 처장이 머뭇거리자 “인사혁신처는 화재 다음 날 오전 국정자원으로부터 G드라이브 소실 가능성을 연락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약 10시간이 지나서야 국정자원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며 “처장에게 보고되는 시간은 화재 발생 42시간이 지난달 28일”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기관장은 곧바로 상황을 장악해야 한다. 그런데 처장은 화재가 난 다음 날까지 인사혁신처로 출근하신 적이 없느냐”고 물었고, 최 처장은 “서울(자택)에 있었다”고 답했다. 최 처장이 관련 회의를 연 것은 화재 발생 엿새 뒤인 지난 2일이었다. 윤 의원은 “G드라이브가 다 날아가서 인사혁신처가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을 못 하면 기관장은 즉시 본부로 귀소해서 상황을 장악하고, 비상연락망을 통해서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게 상식”이라며 “이게 뭐냐”고 따졌다.
이에 최 처장이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참고 다른 부처가 먼저 복구하도록 한 것”이라며 “인사혁신처 직원들에게 감동을 먹었다”고 해명하자, 윤 의원은 “기관장의 자세를 얘기하는데 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의 태도를 이야기하느냐”고 질책했다. 윤 의원은 최 처장이 임명될 때 과거 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자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치욕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최 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연수원 동기와 변호인을 고위직에 임명한 게 그들의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라고 보느냐”는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며 “유능한 사람은 유능한 사람을 알아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행안위 국감에서도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실장이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 등록한 재산 규모와 현재 공개된 재산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사혁신처에 김 실장의 보좌관 시절 재산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신상털이 정치적 공세”라고 비판했고, 고 의원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가기밀이 아닌 한 반드시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게 돼 있다. 재산내역이 국가기밀이냐”고 반박했다. 이후 최동석 처장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내역을 제출하면 우리가 처벌받는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자,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도 “공직자윤리법을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다시 검토하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대응에 관해선 여야 공히 질타가 쏟아졌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부실 선거관리 사례 중 80%가 위촉 선거사무원의 과실 탓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위촉된 사무원을 제대로 교육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부실 선거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부정선거 음모론자의 먹이가 된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가 음모론에 대처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아픈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검토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이석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항의도 있었다. “법사위에서 관례(대법원장 이석)를 깨고 원칙대로 했으면 행안위에서도 중앙선관위원장이 이석하지 말고 국감에 임해야 한다”(서범수 의원)는 논리였다. 하지만 신정훈 위원장은 “(노 위원장이) 증인 채택도 안 됐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도, 여야 합의도 없었다”며 노 위원장의 이석을 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