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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XX야" 의원들은 오늘도 욕했다…강성지지층 눈도장 국감

중앙일보

2025.10.15 02:45 2025.10.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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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과 직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준비한 인사말을 하지 못한 채 현장점검으로 이어지자 법사위원장석 상황을 살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끝 없는 막말과 삿대질, 욕설. 15일 사흘째 진행 중인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역대급 저질 막장극을 속출하고 있다. 국정 감시와 대안 제시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강성 지지층을 자극할 장면 연출에 몰두하는 ‘유튜브 쇼츠(Shorts)용 국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①피감 기관에 ‘분풀이’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장 국감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사무실에 대한 현장 검증하겠다며 감사 중지를 선포하는 통에 결국 파행했다.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관례에 따른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85분 간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질의를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감에서는 천대엽 법원행저처장의 인사말도 듣지 않았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국감장을 빠져 나가자 천 처장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준비한 자료를 만지작거리거나 증인석에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대법관 집무실을 현장 검증하겠다는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행태”라고 말했다.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 사진을 든 최혁진 무소속 의원. 장진영 기자
지난 13일 법사위 국감에선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에 조 대법원장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담은 패널을 선보여 파장을 일으켰다. 조 대법원장을 면전에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것이다. 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추천한 것이 김건희의 계부”라거나 “조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인터넷 상에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떠도는 미확인 소문이나 합성 사진을 국감장에서 여과 없이 선보인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질의 준비를 수 만, 수 천 페이지씩 하면 뭐하느냐. 이런 근거 없는 주장에 주목을 다 뺏긴다”는 한탄이 나왔다. 그러나 최 의원은 ‘유튜브 쇼츠’ 등에서 주목을 받아 인지도를 높였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어떻게 하면 자극적으로 할 수 있을까에 몰두하고 있는 거 같다”며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강성 지지층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②동료 의원 망신주기

길거리 싸움 수준의 저질 격돌이 수시로 다양한 상임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한국노총 출신의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며 “간첩활동을 노동단체 속에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게 계기였다. 그러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민주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과 삿대질을 이어갔다. 김 의원도 삿대질로 맞받아 국감은 한동안 파행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 증인 채택 여부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전날 과방위 국감에서 벌어진 ‘휴대전화 문자 욕설’ 사태는 15일 여야 맞고발전으로 비화됐다. 민주당은 욕설 및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계 의혹 주장 등을 문제 삼으며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을, 국민의힘은 박 의원의 문자 메시지 및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혐의로 민주당 김우영 의원을 각각 경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전날 과방위 국감에서 박 의원이 보낸 ‘에휴 이 찌질한 놈아!’란 내용의 문자를 공개했고, 박 의원은 “너 진짜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보낸 걸 여기서. 너 나가”라고 맞받았다. 이후 감정이 격해진 박 의원이 “야 XX야 나가 너”라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같은 날 법사위에서는 최고령 현역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 사이에 ‘반말 소동’도 있었다. 박 의원이 질의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끼어들자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고 신동욱 의원이 “왜 자꾸 반말을 하세요”라고 받아쳤다. 이에 박 의원은 “(나한테) 반말 할거면 해”라고 응수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자메시지 공개와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③카더라식 질의

근거 없는 ‘카더라식 질의’도 범람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선 중국인의 건강보험료 부정수급 의혹이 집중 제기됐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자의 70.7%가 중국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적한 부정수급의 99.5%는 사업장을 퇴사했을 때 사업주가 신고를 늦게 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이용자의 부정수급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경진 기자
지난 13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제보를 근거로 “지귀연 부장판사가 10여 차례 이상 접대를 받았다고 하는데 양주 한두 잔 먹었다고 확인하고 덮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최진수 대법원 윤리감사관은 “10여 차례(접대)에 대한 증빙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지도부나 소속 의원 모두 강성 지지층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치 환경으로 변질되면서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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