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일 충남 아산의 신동섭 탁구아카데미. 탁구대 앞에서 동호인 신미정(42)씨가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지역 중학교(한들물빛중) 체육 교사인 신씨가 탁구선수 생활을 병행한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초등학생 시절 2년간 탁구부에서 활동했던 그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어느 정도 끝낸 뒤 새로운 각오로 라켓을 다시 잡았다.
탁구는 3~5인이 팀을 이루는 방식으로 1~7부까지 피라미드형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신씨는 가장 아래인 7부 팀 소속이지만, 타고난 운동 신경과 꾸준한 훈련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탁구아카데미 신동섭 대표는 “4부까지 올라갈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 그 이상에 도전하는 건 온전히 선수의 몫”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탁구는 명실상부 국민 스포츠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전략 종목이면서 배드민턴과 더불어 생활체육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은 종목이다. 탁구가 승강제를 도입한 건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사업 대상 종목군에 포함하면서다. 이듬해 디비전 시스템의 허리인 T4리그(4부)를 중심으로 세 단계(3~5부)를 갖추며 승강제를 시작했다. 연간 30억원 안팎의 문체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1~7부의 일곱 단계를 완성했다. 실력으로 최하위(7부)에서 출발해 최상위(1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대호 대한탁구협회 국내팀장은 “한국 체육은 그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엘리트 중심으로 국제 경쟁력을 키웠다. 사실 승강제 도입을 고민할 때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을 허무는 유럽식 개방형 승강제가 우리한테도 적합한지 고민했다”며 “다각도 논의 끝에 탁구는 ‘엘리트와 생활체육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사실 기존 생활체육 시스템이 승강제 도입 초기에는 오히려 질적·양적 성장의 걸림돌처럼 보였다. 탁구협회 디비전 시스템 담당자 김이슬 주임은 “이순신배, 유승민배 등 탁구 동호인 사이에서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는 전국·지역대회가 많다 보니 초기에는 승강제를 ‘여러 대회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각 지역 탁구장을 중심으로 승강제의 의미와 가치가 널리 알려지면서 존재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탁구 승강제는 내년 또 한 번 변신한다. 기존의 팀 대항전 형식에서 벗어나 개인전으로 거듭난다. 팀원의 이합집산이 잦아 리그 진행 과정에 변수로 작용한 점, 단식 중심 랭킹 시스템 도입을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 등을 두루 반영한 결정이다. 이대호 팀장은 “문체부 보조금 지원을 통해 안착한 승강제가 개인전 중심으로 성장하면 개인별 등급(소속 리그)뿐 아니라 전국 순위까지 완성할 수 있다. 참가자가 늘어날수록 등급과 랭킹의 정밀도 및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섭 대표는 “개인전 전환은 승강제에 있어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우리 팀 신미정 선수가 계속 승격해 1부까지 가면 탁구 국가대표 에이스 신유빈(21·대한항공)과 대결하는 드라마 같은 장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미정씨는 “‘실력이 좋으니 승강제를 통해 언젠가 신유빈 선수와 맞붙기를 바란다’고 응원하는 동호인들이 계신다”며 “언감생심이지만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커진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