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허민중(가명)씨는 지난 7월 2일 관광을 위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갔다가 감금과 고문, 인신매매, 투옥으로 이어진 ‘불지옥 같은 61일’을 겪었다. 한국인 지인의 안내로 현지 카지노를 들렀다가 현지 중국인들과 술자리를 같이 한 게 시작이었다.
허씨는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인이 도중에 자리를 비우자 갑자기 중국인들이 돌변해 문을 잠궈 감금하곤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해라. 1만 달러를 주면 풀어주겠다”고 하면서다.
감시가 소홀한 틈에 한국대사관 텔레그램 아이디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자 “7~8가지 양식을 다 채워 보내고, 감금 현장 사진도 보내라”고 했다. 이렇게 신고를 마쳤지만 경찰은 오지 않았다. 대사관은 “이틀 걸릴지 사흘 걸릴지 모른다”고만 답했다.
그는 “이후 꼬박 2박3일동안 발길질과 주먹질, ‘원산 폭격’ 등의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감금된 건물은 1~4층은 카지노와 술집, 그위 5~20층은 보이스피싱 사무실로 운영되는 거대한 범죄 단지였다”고 덧붙였다.
사흘째 되는 날 중국인들은 ‘고슴도치’란 텔레그램 아이디를 쓰는 조선족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허씨를 팔아 넘겼다. 감금 6일째 현지 경찰이 들이닥쳤다. 캄보디아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경찰서 내부 감옥에 수감했다. 가로 4m, 세로 5m 비좁은 공간에 최대 35명을 구겨 넣은 열악한 환경이었다. 허씨는 “경찰도 한통속”이라며 수감된 다른 범죄자로부터 자신을 감금·폭행한 중국인 가해자 3명은 잡히자마자 경찰서장에 10만 달러를 건네고 풀려났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소개했다. 허씨는 8월 11일 이민국 수용 시설로 이감돼 3주간 머물렀지만 이때까지도 대사관 직원은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8월 31일 현지 감금 한국인 구출 작업을 벌이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연락이 닿아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구조돼 한국 땅을 밟았다.
허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납치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가뒀는 데 대사관이 우릴 방치했다. 지옥 같은 61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채용 사이트와 해외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엔 ‘월급여 2000만원 이상’ ‘확실한 보안’ 등을 미끼로 유혹하는 구인 광고글이 여전히 넘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등 온라인 사기 콜센터 인력이나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내용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종합대응단’을 가동해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콜센터 구인 등 온라인 게시물을 적발해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방미심위)를 통해 삭제 및 사이트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인천공항 출국장에 경찰관을 배치해 취업 사기나 피싱 범죄 연루가 의심되는 사람들의 출국을 막기로 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30대 한국인 여성이 지난 7일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베트남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인의 시신은 현지 경찰 조사 이후 부검을 마치고 유족에게 인도된 상태다. 유족 측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 고인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간 연관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