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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내집 마련 꿈도 꾸지 말란 건가” 실수요자들 반발

중앙일보

2025.10.15 09:19 2025.10.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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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15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은행에서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아파트 청약 당첨이 된들 돈 없어서 못 들어간다. 서민은 내집 마련 꿈도 꾸지 말란 건가.”

“서울 변두리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왜 싸잡아 규제하나.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빼앗나.”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낮추는 이재명 정부 세 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다. 집값 상승세가 미미했던 지역일수록 반발이 특히 크다.

최모(40·안양시 동안구)씨는 “강남이 10억원 오를 때 1억원도 안 올랐는데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게 말이 되냐”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 중인 우모(39)씨도 “집값 상승이 거의 없는 지역인데 규제지역에 묶였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늘리는 식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지 변죽만 울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는 더 허탈해 했다. 지난해 결혼한 후 올해 자녀를 출산한 주모(41)씨는 “직장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을 살 수 없고, 현금 부자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재원으로 4년째 태국에 머물다 내년 초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인 조모(43)씨도 “애들도 크고 해서 돌아가면 좀 넓은 집을 구할까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평범한 실수요자까지 투기꾼으로 몰아간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서조차 “(주거) 사다리를 아예 끊는 수준” “부동산 좀 건드리지 마라. 건드릴 때마다 2배씩 오른다” 등 글이 쌓였다.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일부 커뮤니티에 “이재명 정부가 잘한다”거나 “25억원짜리 부잣집은 본인 돈으로 사는 게 맞다” 등 정책을 지지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집값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정부 대책을 두고는 원칙을 무시한 규제란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종사자는 “금융의 기본 원칙은 담보가치가 높을수록 대출을 더 해주는 건데,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고강도 규제에 따른 시장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되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를 팔아도 갈 곳이 없다는 분은 매물을 내렸고, 여유가 있는 분은 매물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호가를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한도와 관련한 고객 문의가 쏟아지면서 평소보다 분주했다”며 “일부는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김경희.장원석.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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