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치킨게임’이 16일 최고조였다. 국민의힘이 김 실장의 범죄 전력 등을 폭로하며 출석을 압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의혹 제기를 한 야당 의원과 언론을 고발하며 총력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6일 김 부속실장의 과거 허위사실 유포 범죄 전력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덕수 성남시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2013년 저의 양주병 시민폭행, 성추행 등을 담은 허위 사실 문자 메시지가 3만3000명에게 발송됐고, 김현지 실장이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정적인 저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성남의제21 사무국장이던 김 실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2013년 10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시의원은 김 실장과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김현지가 소 취하를 부탁하며 잘못했다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면서도 “약속한 사무국장직 사퇴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괴문자 발송 등 정치공작을 자행하고 유죄까지 받은 인물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을 담당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유튜버 백광현 씨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 실장의 목소리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음성 파일을 고리로 공세를 이어갔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실장으로 알려진 사람의 녹음파일이 공개돼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웃기지 말고 걔네한테 300억 땡겨와서 선거 치르자’, ‘선거 자금이 모자라면 땡겨오라’는 녹음 파일 속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권력형 비리”라고 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다른 대목에서는 공천과 관련해 ‘큰 틀에서 얘기하자고요’라고 말한다”며 “이것이야말로 권력 사유화이자, 묵과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백 씨가 공개한 파일에는 한 인물이 “정확하게 지정을 해줘야 지사님한테 보고하고 통장 관리를 맡기지” “500억짜리 선거를 하면 당에서 최소 200억을 내고 펀드를 300억을 한다는데” 등을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 김 실장이 맞는지, 누구와 언제 통화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백씨 측은 이 대통령이 20대 대선 경선에서 이긴 직후 김 실장이 선거 자금을 논의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각 상임위에서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변호사 교체 관여 의혹(법사위), 김인호 산림청장 인사 개입 의혹(농해수위), 경기동부연합과 연계 의혹(과방위) 등을 제기하며 김 실장 국감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김현지 실장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폭로될 때 민주당과 대통령실에선 왜 경기 들린 것처럼 반응하는 지 국민은 궁금해 한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도 “몇 십년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거의 한 몸처럼 움직여온 사람”이라며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스토커 수준의 집착”이라며 김 실장을 적극 엄호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국민의힘에서 계속 과거 성남 시절의 이야기까지 (들춰내) 정쟁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계속해서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과 언론에 대해선 잇따라 고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실장이 경기동부연합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박정훈·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인테넷 매체 ‘한미일보’를 상대로도 김 실장에 대한 허위·조작 보도를 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해당 매체는 최근 ‘김 실장의 아들이 유력 정치인을 닮았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유학 중’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용기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은 “이는 명백한 거짓의 적시이자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행위”라고 했다.
갈등이 격해질수록 민주당의 김 비서관 불출석 사수 의지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표면적으론 ‘못 나올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내 입장은 김현지 출석 안된다는 것으로 모아진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핵심 인사는 “이제는 본질과 상관없이 출석하면 야당의 겁박에 무릎 꿇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