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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일몰 한번에…제주의 ‘이색’ 매력

중앙일보

2025.10.16 08:28 2025.10.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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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29〉 제주 캠핑 여행

가파도 야트막한 언덕 밭에 조성한 태봉왓캠핑장. 백패커 사이에서 이름난 캠핑 명당이다. 바다 건너 펼쳐진 한라산의 모습이 일품이다. 주변에 시야를 막는 높은 산이 없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여행은 목적지로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배에 차를 싣고 제주도 캠핑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에 닿기 전, 목포의 눈부신 야경과 남해안의 뭇 섬을 바라보는 맛이 각별했다. 제주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늪서리오름의 분화구에 자리해 포근했다. 백패킹으로 다녀온 가파도도 좋았다. 바다 건너 가파도에서 바라본 제주는 처음 보는 듯 새로운 얼굴이었다.

목포와 남도 섬 여행
목포 평화광장의 ‘목포 춤추는 바다 분수’.
목포항에서 제주행 퀸제누비아호의 출항 시간은 오전 8시 30분. 목포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목포 평화광장을 산책했다. 저물면서 빛나는 목포 야경이 제법 근사했다. 마침 ‘목포 춤추는 바다 분수’가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제주 가는 길목에서 목포의 낭만을 즐겼다.

제주도행 퀸제누비아호. 목포에서 제주까지는 4시간 30분이 걸린다.
퀸제누비아호는 거대한 빌딩을 연상케 했다. 차를 싣고 객실로 올라왔다. 배는 유달산의 배웅을 받으며 목포대교 아래를 지나 투명한 바다로 미끄러졌다. 목포를 벗어나자 서남해안 섬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며 자태를 뽐냈다.

특히 진도에서 가까운 양덕도의 발가락바위와 주지도의 손가락바위는 신이 빚은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이 일대는 진도관광유람선이 도는 코스다. 이름도 낯선 독거도와 탄항도, 익숙한 추자도 일대의 풍광이 빼어났다.

추자도를 벗어나자 망망대해가 펼쳐졌고, 그제야 한숨 돌리며 섬 구경을 마쳤다. 선실에서 좀 쉬려고 하니 그리 오래지 않아 제주에 닿았다. 목포에서 제주까지 4시간 30분. 거짓말처럼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늪서리 오름에 안긴 야영장
교래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장대한 곶자왈 지대를 걸을 수 있다.
제주에 입도했다. 먼저 마트에서 한치와 광어회 등을 푸짐하게 샀다. 그리고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에 텐트를 쳤다.

감개무량했다. 제주 오름을 다닐 때마다 한 번은 꼭 그 안에서 잠들고 싶었다. 이 소망을 들어준 곳이 교래자연휴양림이다. 거대한 늪서리 오름 분화구 안을 야영장으로 잘 꾸며 두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에 속이 다 시원하다. 유치원에서 온 아이들이 너른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모습에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을 비추는 달빛에 홀려 잠을 설쳤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밤을 기다린다. 오름 위로 쑥 반달이 떴다. 밤이 되자 이슬이 내려앉는다. 텐트가 펑 젖었다. 오름 분화구의 독특한 날씨 때문이다. 타프를 쳐놓길 잘했다.

짐을 타프 아래로 옮기고 돗자리 깔고 누워 할 일 없이 달을 쳐다본다. 구름이 달을 스쳐 간다. 한없이 평화로운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구름 같고 달 같은 평온이 세상을 물들인다. 여기서 이틀을 구름에 달 가듯 게으르게 보내고, 백패킹 장비만 간추려 가파도로 떠났다.

가파도에서 본 제주도
제주도 서남쪽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만에 가파도에 닿았다. 캠핑장은 가파도 남쪽 가파항 근처에 있다. 걸어서 30분쯤 걸린다. 가파도 터미널에서 왼쪽 해안길을 따른다. 제주올레 10-1코스와 겹쳐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바닷바람 맞으며 걷는 맛이 상쾌하다.

태봉왓캠핑장에 도착하자 주인 이태봉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왓’은 제주 말로 밭이란 뜻이다. 이태봉씨 밭에 만든 캠핑장이란 뜻이다. 캠핑장에 관해 물으니 그가 말했다.

“여기는 해 뜨고 지는 게 제일 멋져요. 캠핑장에서 다 볼 수 있어요”

캠핑장은 데크 구역과 파쇄석 구역으로 나뉜다. 10개의 테크 중 하나에 텐트를 치고, 파쇄석 구역으로 가봤다. 아뿔싸! 여기가 명당이다. 바다 건너 한라산을 정점으로 제주 전체가 일필휘지로 펼쳐졌다.

시야를 한라산 오른쪽 끝으로 돌리면 성산에 닿는다. 세 개의 작은 봉우리가 눈에 띈다. 지미봉, 성산일출봉, 우도봉이다. 세 오름이 올망졸망 나란히 보이는 게 신기하다.

태봉왓캠핑장에서 된장국·밥 등으로 소박한 밥상을 차렸다. 백패킹 때는 단출하게 먹는 게 좋다.
이날은 10개 데크 중 7개가 찼다. 손님은 대개 싱글이거나 연인이다. 해 저물 무렵이 되자 다들 저녁 준비로 바쁘다. 된장국·밥·김으로 소박한 저녁상을 차렸다. 눈을 들면 바다와 마라도가 보인다. 밥 한술 뜨고 마라도를 바라봤다. 밥 먹는 사이 서편 하늘이 곱게 물들었다.

백패킹은 빛이 허락한 만큼만 활동할 수 있다. 어두우면 자야 한다. 이 얼마나 단순한 삶인가.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반딧불이가 찾아왔다. 덕분에 텐트가 반짝반짝 빛났다.

다음 날 오전 5시 30분. 시계가 울렸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파쇄석 자리로 갔다. 벌써 성산일출봉 동쪽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이처럼 크고 넓은 여명을 본 적이 없다. 여명이 구름과 바다를 집어삼키자 어느 순간 봉긋 해가 떠올랐다.

커피 한잔 마시며 벅차오른 감정을 다독인다.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목포~남해안~제주를 아우르는 충만한 캠핑 여행이었다. 색다른 제주를 원하는 이에게 권한다.

신재민 기자
☞여행정보=목포국제여객터미널에서 제주 가는 퀸제누비아호가 1일 2회 운행한다. 어른 3만2150원. 승용차 선적 요금은 16만~18만원. 제주도 캠핑장은 사용료(1만원 내외)가 저렴한 교래자연휴양림·붉은오름자연휴양림·모구리야영장·관음사야영장 등을 추천한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곳이 있어 보조 배터리가 필수다. 가파도 태봉왓캠핑장은 초보 백패커에게 적당하다. 주변 식당을 이용하면 먹거리를 안 가져가도 된다.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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